고(故) 강길식(49) 집배원의 아내는 남편을 한 달 만에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주말부부였지만 남편은 주말에도 대전에 있는 집에 못 올 때가 많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는 늘 피곤했다. "나 잠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 아내가 강 집배원에게 자주 들은 말이다.
'피곤하고, 힘들고, 진짜 업무가 너무 많다'고 남편은 늘 말했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두 달에 한 번, 세 번에 한 번 볼 때도 있었다고 했다.
남편이 있는 충남 당진으로 직접 가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싶어도 돌아오는 말은 "나 아직 우체국인데..."였다. "빨리 와야 8시였고, 9시를 훌쩍 넘길 때도 있었어요."
강 집배원은 하루에 12시간을 일했고, 병가를 낸 다른 동료들의 몫까지 맡아야 했다.
"여보 오늘 두 명이 병가를 냈는데 나 그 몫까지 해야 돼."
'5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던 호소만큼, 강 집배원의 아내가 자주 들은 말이다.
결원이 생겼을 때 집배 인원을 채우는 대신 나머지 집배원들이 배달 몫을 나눠 맡는 것. 집배원들은 이런 근무형태를 '겸배'라고 불렀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강 집배원이 근무했던 당진지역에 이런 겸배 근무가 일상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업무만으로도 힘에 부친 상황에서 동료들의 몫까지 하려다보니, 절로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지고 아픈 직원들도 동료들이 더 힘들어질까 참고 견디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20일 오후 강 집배원의 조문을 온 한 집배원은 "당진과 같은 도농복합지역은 배달지가 밀집되지 않아 이륜차로 길게는 하루 100㎞를 달려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집배원 역시 도심이 아닌 송악나들목이나 서해대교 부근과 같은 외곽지역까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9일 오전 당진우체국 소속 강길식 집배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하지 않는 강씨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집을 찾았을 때 강씨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지병이 없었던 강 집배원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한 달 전에도 30대 집배원이 과로를 하다 숨졌지만 또 다른 집배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