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일본이 수소탱크 기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을 갖춘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 EU와 손을 잡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인데 업계는 '허황된 꿈'이라고 일축했다.
◇ 국제표준 카르텔 만드는 日… "현실 가능성 없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소경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선 제압에 나선 일본의 움직임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기술 경쟁국인 한국에 대한 철저한 견제도 시작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 직후 미국 에너지부, EU 에너지총국과 별도 회의를 열고 '수소 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의 핵심은 수소전기차에 탑재될 수소탱크의 규격과 수소충전소 안전 기준 등에 대한 '국제표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노골적으로 "수소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 미국, EU가 협력을 강화해 세계를 주도해 나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채 일본 독자적인 카르텔로 국제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것이지만 국내 업계는 '어불성설'이라며 '현실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의 수소탱크 기술력은 단연 세계 선두권이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국제표준 제정은 UN 주도로 이뤄진다"며 "일본 스스로 주도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데다 한국도 이미 UN 주도 회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산 수소전기차에 들어갈 탱크를 생산하고 탑재한 경험이 가장 많은 한국이 오히려 표준을 만드는데 더욱 설득력 있을 것"이라며 "(일본의 조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기술력 갖춘 한국, 국제 협력도 강화 중
일진복합소재는 지난 2013년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생산한 양산형 수소전기 승용차 투싼FCEV에 수소탱크를 최초로 공급했다.
이어 차세대 수소전기차이자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주행거리를 보유한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에도 수소탱크를 공급하고 있다.
일진복합소재의 수소탱크는 철보다 10배 강한 '탄소섬유'로 만든 'Type4 방식'의 초경량 복합소재 탱크이다. 실과 같은 탄소섬유는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며 충격을 흡수해 내구성이 강하다.
실제 수소탱크가 극한에 몰린 상황을 가정해 총으로 수소탱크를 쏜 총격실험에서도 총탄에 맞은 수소탱크는 폭발하지 않고 구멍에서 수소만 빠져나갔다. 화염실험(800도)도 폭발 없이 안전밸브가 작동하며 수소만 빠져나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일진복합소재는 최근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에도 탱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어 최근엔 600억 원을 투입해 생산 시설 증설에도 나섰다. 일진복합소재는 이후 수소 드론 등 탱크의 활용 범위도 넓힌다.
수소 부문 기술 강화에 맞춰 정부도 수소 기술 표준화를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제1회 수소경제 국제 표준포럼'을 개최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화 주도국인 미국과 일본, 독일, 캐나다, 프랑스, 한국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수소분야 국제표준 마련을 위한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의미에서 열렸다. 한국은 이같은 협력관계를 토대로 국제표준 15건 이상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기술표준원 이승우 원장도 "수소경제의 퍼스트 무버(선구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제표준 선점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도국 및 각국 전문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충전소, 연료전지 등 활용 분야에서 안전성에 특히 중점을 두고 국제표준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