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붉은 수돗물 100% 인재…감사원 감사 요청할 것"

"매뉴얼 개선보다 있는 매뉴얼 안 지켰을 때 어떻게 처벌하느냐가 중요"
"인천시, 환경부가 인력 지원했는데도 열흘을 허비…본질 보지 못해"
철강업체 조업정지 논란 "실정법 위반해놓고 책임 회피해선 안돼"

환경부 조명래 장관이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해 "현장 담당자들이 숨기는 느낌을 받았다"며 "감사원 감사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18일 환경부 기자단과 만나 "적수(赤水) 사태는 90% 이상, 거의 100% 인재(人災)라고 본다"며 이처럼 말했다.

조 장관은 "관이 노후화돼 생긴 일반적인 문제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인천은 내구 연한이 지난 관이 전체 관로의 14.5%로 전국 평균 수준"이라며 "이번 사태는 담당 공무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문제 의식 없이 수계 전환을 해서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환경부가 발표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 달 가까이 인천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붉은 수돗물' 사태는 정수장 점검 작업을 위해 임시로 인근 정수장의 물을 끌어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천시 담당자들이 매뉴얼과 달리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서둘러 물을 공급하면서 관에 있는 침전물과 물때가 강력한 수압에 밀려 수돗물에 섞여들어간 것이다.

조 장관은 "탁도나 부유물질 등에 대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며 "수계 전환에 따라서는 10시간 정도 걸리는데 10분 만에 밸브를 열어 압력을 2배로 올리고, 2, 3시간만에 물을 다른 방향으로 보냈다"고 지적했다.

또 "수계 전환에 대한 매뉴얼은 다 있어서 인천도 갖고 있었다. 그대로 안 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여러 지역에서 수계 전환 방식으로 급수·배수했기 때문에 새로운 작업도 아닌데, 있는 매뉴얼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인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 방문했을 때 담당자들이 답을 제대로 못할 뿐 아니라 숨기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며 "현장에 다녀온 뒤 인재임을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인천 사례는 백서로 발간해 매뉴얼도 보완하고, 수계 전환시 송수·배수·급수 방침을 더 정교하게 개선하겠다"면서도 "매뉴얼을 안 지켰을 때 어떻게 처벌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도 요청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사태가 발생한 뒤에 드러난 인천시의 대응 태도에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조 장관은 "환경부가 지난 3일 (대응 인력을) 투입했는데 인천시가 우리 전문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현장에 가는데 10일이 걸렸다"며 "인천시는 민원 대응만 하고 본질은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서는 "오는 29일까지는 수계 변환에 따른 정수지·배수관·흡수관 등의 청소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에도 부유물질은 간헐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한 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가 끝날 때까지 집중 모니터링하고, 이후에도 인천시와 협력해 시민들의 물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로브리더(안전밸브)에 방지시설을 장착하지 않아 조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 일부 철강업체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최종 판단하겠지만, 실정법인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라고 본다"며 "(기업들이) 관례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사전 저감 절차를 충분히 하지 안핬고, 비상조치가 아닌 일반 조치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례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인근 지역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환경 기준 초과 여부와 별개로 오염물질이 주변 지역에 얼마든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의 적용이 너무 과하느냐 여부로 다툼의 여지도 있지만, 너무 과도하게 경제 논리로 가서는 안된다"며 "환경 비용은 우리 사회가 내야 하는 것이다. 경제 논리와 환경 논리가 순환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봄 벌어졌던 '쓰레기 분리수거 대란'과 관련해 소각장 신·증설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소각시설 처리용량이 이미 9% 초과했다"며 "25%까지는 더 늘릴 수 있지만, 신·증설 계획도 실행해야 하는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갈등 조정 시범 사업의 하나로 소각장 신·증설 갈등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나주 SRF도 거버넌스를 만들었고, 필요하면 제가 직접 가서 타운홀 미팅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처리시설을 여러 모델로 개발해 권역별로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처리 안 될 때 공공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처리시설 용량이 부족한 지자체와 없는 지자체 별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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