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꿈꾸는 일상적 평화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

'국제분쟁 중재' 오슬로에서 일상적 평화의 중요성 강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 중요"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
1970년대 동서독 '접경위원회' 언급하며 '국민이 체감하는 평화'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간 적대하는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슬로 대학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에서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거창한 '선언'이나 '로드맵'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일상을 바꾸는 평화로의 발상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임 첫해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신 베를린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거친 만큼 새로운 방법론보다는 일상적 평화가 중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 국제평화연구소 창설자이자 정치학자인 요한 갈퉁(89)의 저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인용해 폭력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소극적 평화'가 아닌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명명했다.

70년 넘게 이어온 분단이라는 굴곡된 역사가 국민에게 가져다준 '당연한 피해'를 먼저 해결해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평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킨 셈이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함께 한 역사는 5000년이고 헤어진 역사는 70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며 접경지역 피해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1970년대 동서독이 '접경위원회'를 설치해 화재와 홍수, 산사태,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에 공동대처했던 사례를 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17년 4월 제시한 한반도 평화구상의 첫 번째 항목인 '민생 통일’ 개념과도 맥을 같이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통일', '남북 협력 법제화와 한반도 비핵화 합의', '남북이 함께 잘 사는 경제 통일' 등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이 참여하지 않는 정치권만의 통일 논의로는 색깔론이나 남남갈등을 넘어설 수 없다. 우리 사이의 갈등을 더 키울 것"이라면서 "평화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좋아지고, 달라지는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통해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며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부터 노르웨이 외교부와 스위스 제네바 소재 비정부기구(NGO)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가 매년 공동 주최해온 오슬로 포럼은 국제분쟁 중재와 평화정착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UN 사무총장과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연사로 초대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는 하랄 5세 노르웨이 국왕을 비롯해 이네 에릭센 써라이데 외교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60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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