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보훈처의 서훈 관련 심사 규정에 따르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또는 적극 동조했다고 판단되거나 반국가 활동을 했을 경우 포상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며 "이 조항 때문에 김원봉 선생에게 서훈, 훈격 부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이것을 바꿔서 할 수 있다던가 보훈처가 알아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나 청와대도 이 규정에 의해 판단한다. 당장 이것을 고치거나 할 의사도 없다.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고 단언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항일 독립운동 관련 시민단체들이 발족할 예정인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에 정부가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거나 관여해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약산 김원봉은 의열단의 단장이자 조선의용대를 이끄는 등 항일무장투쟁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6.25 전쟁에 참전해 김일성으로부터 공훈자 훈장을 받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최근 불거진 서훈 논란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현충일 기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하며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가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뤄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말하면서 '애국 앞에서는 좌우가 없이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보수 야당에서는 6.25 전쟁에 참전해 공훈을 받은 김원봉을 현충일에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했고, 이는 김원봉에게 서훈을 주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김원봉 선생 언급은 좌우 및 보수와 진보의 통합 사례중 하나로 거론하신 것이며, 정부차원에서 서훈을 추진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6월 안에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리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시기적 문제라든지 기간의 문제를 봤을 때, 이달에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해 '천렵(川獵·냇물에서 고기잡이)질에 정신 팔린 사람'이라는 논평을 낸 것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이해가 안되는 논평들이 많아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이) 한가하게 놀러 가셨는지는 청와대 기자들이 동행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을 해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