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만세운동 '내방가사' 찾아라…경찰에 수사 의뢰

김해시, 1년여 기증자료 찾는 데 실패…후손 "찾아서 돌려달라"

경남 김해 장유에서 1919년 벌어진 만세운동 과정을 주동자의 어머니가 내방가사 형식으로 기록했던 희귀자료가 김해시에 기증됐지만, 분실돼 결국 경찰 수사로 행방을 찾아 나서게 됐다.

김해시는 기미년 당시 장유 만세운동을 이끈 김승태 선생의 어머니 조순남 여사가 남긴 내방가사 '김승태만세운동가'(혹은 자식소회가) 원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자료는 김 선생의 후손 가운데 한 명이 2005년 장유 3·1운동 기념식장에서 김해시에 기증했는데 지난해 4월께 후손 측에서 확인한 결과 시에 보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민원 제기에 따라 시 전체 보유기록물 일제 조사뿐만 아니라 유관기관에도 방문하는 등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찾지 못했다.


자체 감사실 조사를 거쳐도 별다른 소득이 없자 민원이 제기된 지 1년여 만에 뒤늦게 수사 의뢰를 하게 된 것이다.

시는 조사 과정에서 2005년 당시 후손이 부시장에게 사료를 전달하는 과정을 찍은 사진은 확보했지만,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자료 원본 분실 사실을 알게 된 김승태 선생의 손자 김융일(77) 씨 측은 김해시에 강하게 항의하며 원본을 찾아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지난 4월에는 김 씨 자녀가 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김해시청은 기증받은 문화재를 분실로 관리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녀는 "할머니는 그 책이 일제에 발각돼 고초를 겪을까 봐 제목도 바꾸고. 조카 집에 맡기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서 보관해왔는데 김해시는 너무나 쉽게 분실했다"며 "제대로 관리·보관 못할 거면 당장 찾아서 가족에 돌려달라. 찾기 위해서 자손들 모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 측은 시의 태도를 지켜본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릴 계획이다.

김해시는 민원에 대해 "기증과 관련한 행사내용은 일절 존재하지 않으며, 지난 십여년간 시 기록물인수인계서, 기증·기탁증서 등에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며 "소재를 추적할 수 있는 근거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아 소재 파악이 힘든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2005년 당시 행사장에서 친척 형이 사전 의논이나 통보도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부시장한테 기증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말했다.

만세운동가에서 조순남 여사는 3천여명이나 참여한 만세운동 과정을 비롯해 아들 김승태 등의 연행, 부산 형무소 수감, 재판, 출감 등 과정을 내방가사 형식으로 기록했다.

내방가사는 원래 두루마리 형식이지만, 이 자료는 37쪽 정도 분량의 소책자로 돼 있다.

조 여사는 일제 감시를 피해 책을 친정 종질녀에게 맡겨 몰래 보관해왔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장유에서 있었던 만세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후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천만다행으로 김 씨 등이 기증 전 자료를 모두 사진으로 촬영해둬 책 내용은 온전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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