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출연 : 조은정 기자 (사회부 사건팀장)
◇ 임미현 >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은 경찰관을 1계급 승진시키는 '청룡봉사상'의 문제점에 대해서 아침뉴스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해드렸었는데요. 정부가 CBS의 지적을 받아들여서 청룡봉사상을 비롯해 민간이 주는 모든 상의 인사상 특전을 없앴습니다. 오늘은 사회부 사건팀장 조은정 기자와 함께 취재후기와 제도개선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조 기자. 청룡봉사상을 처음 보도했던게 4월로 기억을 하는데 두달간 꾸준히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두달만에 정부의 제도개선이 이뤄진거네요.
◇ 임미현 > 어떻게 제도가 바뀐 것인지부터 짚어볼까요. 청룡봉사상에서 다들 놀랐던 지점이 민간 언론사인 조선일보가 경찰을 1계급 특진시켜왔다는 부분이었을텐데 이 부분이 없어진거죠?
◆ 조은정 >네, 그렇습니다. 공무원, 그중에서도 경찰은 승진경쟁이 아주 치열한 조직인데요. 조선일보가 매해 청룡봉사상이라는 상을 통해서 경찰관들을 특진을 시켜왔다는 점 자체에 놀란 분들이 많았습니다. 민간 언론사가 왜 경찰 승진에 개입하느냐. 하는 점이 국민 상식에 어긋났던 거죠. 저희도 이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구요.
지난주 금요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서 청룡봉사상을 비롯해서 민관기관이 주는 상을 받은 공무원의 특별승진, 승진 가점 등 인사상 특전을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앞으로 정부는 민간기관과 정부가 공동으로 주관하거나 민간기관이 단독으로 주관하는 상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특별 승진, 승진시 가사점 부여 등 인사상 우대 조치를 전면 폐지하기로 하였습니다"
요소요소에 비슷한 상들이 꽤 많았습니다. 주요 언론사들이 각계에 주는 상만 해도 8개 정도 되는데요. 청룡봉사상 문제를 계기로 이번달부터 한꺼번에 포괄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진 겁니다.
◇ 임미현 > 국민 상식에 근거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청룡봉사상은 오래된 상이잖아요. 관성이 있어서 이걸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취재하는 과정이 어땠나요?
◆ 조은정 > 말씀하신데로 1967년에 만들어져서 50년 넘게 이어져왔던 상이기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처음에는 오래된 상이니 그대로 간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아마도 장자연 사망 사건과의 조선일보의 수상한 연결고리를 파고들면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청룡봉사상이 문제로 떠오른거군요.
◆ 조은정 > 그렇습니다. 우선,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그해에 청룡봉사상을 탔다는 사실을 저희팀 김태헌 기자가 확인했구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협박했다는 이동한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이나 장자연 대책반 핵심 인물이었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국회의원도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이었다는 점도 밝혀냈습니다. 대검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사건의 후속조치로 청룡봉사상 폐지를 만장일치로 권고했다는 점도 단독 보도 했습니다.
장자연 사건이 묻히게 된 과정에서 조선일보의 입김, 그리고 경찰과 조선일보의 유착 고리로 의심받는 청룡봉사상의 문제점을 파헤친 끝에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만명이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 임미현 > 청룡봉사상의 떳떳치 못한 과거도 밝혀냈잖아요. 저는 특히 이근안 같은 고문경찰들이 상을 수상하고 특진했다는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 조은정 >네, 이근안을 비롯해 부림사건 고문 가담자 송성부,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 경관인 유정방도 이 상을 수상해 특진해 공분을 샀죠.
또, 이 상이 박정희 정권에서 탄생할때부터 문제가 있었는데요. 당시 내무부에서 경찰에 특진 혜택을 주는 것을 반대했었고, 그러자 조선일보 국장이 직접 찾아가서 관철시켰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이 상을 처음 만들때 방우영 회장과 논의한 고위직들이 제주 4.3 사건 당시 토벌대 지휘관, 1차 인혁당 사건의 담당 검사 출신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지금 경찰 조직 내의 '적폐청산'이 한창인 시점인데요. 청룡봉사상의 어두운 면면들이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 임미현 > 경찰들이 직접 반대를 한 거군요?
◆ 조은정 > 네, 포항의 한 경찰간부는 내부 통신망에 "우리의 자존심을 구기는 상이다", "조선일보가 경찰 사기 진작을 위해 상을 주면서 경찰 군기 잡는 것에 사용했다니 화가 난다"며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특히 심사 과정에서 조선일보측에 경찰관들의 세평이나 감찰 같은 민감한 내부 자료들이 수십년간 넘어갔었는데요. 이 부분이 보도되면서 많은 경찰관들이 놀라고 분노했습니다. 상의 면면을 알게되니 경찰 내부 여론도 들끓은거죠.
◇ 임미현 > 청룡봉사상을 비롯한 유관 상들의 특진 혜택까지 없어진 것도 정말 큰 제도개선인데요. 그런데 상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죠?
◆ 조은정 > 그렇습니다. 특진은 없애돼 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건데요. 상 자체에 경찰청이 공동주관에서 빠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장자연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이 그해 상을 탔다는 팩트가 확인된 만큼 이 부분은 감찰의 대상일 수 있거든요. 부적절함이 확인된 마당에 왜 경찰청이 조선일보와 함께 상을 유지하느냐는 각계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금 6월말이 시상식인데 경찰청에서도 어떻게 할지 고민이 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저희팀도 계속해서 이 부분은 취재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 임미현 > 네,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 보도도 기대하겠습니다. 사건팀장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