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헝가리 대사관 앞에선 오후 7시부터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본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각기 흰색 꽃과 초를 들고 온 현지 추모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때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추모객들은 오후 7시가 되자 얼핏 봐도 100명은 족히 넘길 정도로 붐볐다. 학생티를 채 못 벗은 10대부터 지팡이를 쥔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지만, 특히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10~20대 여학생들이 많았다.
조의를 표하려 검은색 옷을 차려 입고 온 마테 에메세(17)양은 사고를 뉴스로 보면서 '충격'과 '슬픔'을 곧바로 떠올렸다고 한다.
왜 그렇게 느꼈냐는 질문에 "한국사람과 헝가리 사람은 비슷하다고 느껴왔다"며 "비슷한 역사,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닮은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느껴지지 않고 우리 일처럼 슬펐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키스 엘리자(16)양도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게 너무 슬퍼서 추모하고자 왔다"며 "평소 한국 음식, 노래, 옷과 같은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한국인들이) 더 가깝게 느껴져 안타깝다"고 했다.
아버지가 헝가리 현지 구조대원이라던 로레타 그로프(13)양이 이번 사고에 갖는 공감대는 남달랐다.
로레타양은 "아버지가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 중 한명"이라며 "원래도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버지 덕분에 이번 사고가 더욱 와닿았고 슬프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건 무엇보다 슬픈 일이다. 누가 잘 못했는지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한국사람과 헝가리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게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 에스더 그로프(42)씨도 "한국과 헝가리를 거리로 보면 멀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우린 한국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모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딸의 손을 잡았다.
이날 현지인들의 추모 행진은 해가 지는 오후 8시를 넘어서도 이어졌다. 현지인들의 추모공간이 된 대사관 담벼락엔 현지인들이 전날부터 놓고 간 하얀 꽃, 편지 그리고 초들로 빼꼭하게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