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일꾼들 와병설 이어 숙청·총살설…가능성 얼마나?

"김혁철 등 총살, 김영철 혁명화 교육"…사실이면 북핵협상에 큰 영향
정부 "확인해줄 게 없다" 전문가 "내부 검열중인데..." 신중 모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White House 제공)
북한의 대미협상 책임자들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지고 대거 숙청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향후 남북·북미대화 재개 전망과 관련, 관심이 모아진다.

조선일보는 31일 김혁철 북한 국무부 대미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이 지난 3월 처형됐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강제노역 등 혁명화 조치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하노이 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은 통역 실수를 이유로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고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도 수용소 신세가 됐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근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등은 하노이 회담 이후 행보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신변 이상설이 제기돼왔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최고인민회의 14기 회의에서 국무위원회 위원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으로 호명됐지만 이후 공식 활동은 관측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령(75세)의 나이 등으로 인한 와병설이 거론되긴 했지만 혁명화 조치 같은 숙청설이 제기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북한의 이 같은 대대적 인적 물갈이가 사실이라면 향후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 부위원장이 강경기류를 주도해온 점으로 미뤄 그 반대급부를 예상할 수도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 충성도를 강조하는 등 분위기가 경색되면서 오히려 더 거칠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번 숙청설은 정부의 공식 확인은 고사하고 비공식적 차원에서도 첩보 수준 이상의 확인이 어렵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했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섣부른 판단이나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확인되는 게 없다"며 "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노이 회담 실패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기 때문에 김 부위원장을 위시한 통일전선부 라인이 어떤 식으로든 문책될 것으로 전망이 많았다.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통전부에 대한 검열(총화) 작업이 끝나면 과오의 경중에 따른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김혁철 등에 대한 총살이 집행되는 등 대대적 숙청이 이미 이뤄졌다는 것은 별로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혁철은 최근 일부 보도를 통해 친정인 외무성으로 복귀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실세'인 김영철과 달리 김혁철은 대미특별대표를 맡은 올해 초에야 수면 위로 드러난 인물이기 때문에 외부 노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변 이상을 단정하긴 힘들다.

설령 '하노이 노딜'에 김영철 라인의 책임이 크다고 해도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점도 물음표를 찍게 하는 부분이다. 최 부상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으로 영전했다.

김혁철과 함께 베트남 주재 대사관 직원 등 외무성 간부 4명도 총살된 게 사실이라면 리용호 외무상 등이 멀쩡히 남아있기가 쉽지 않다.

한 전문가는 신혜영이 통역 실수 때문에 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설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가끔 난폭한 면이 있어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좀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노동신문이 어제 배신자니 변절자니 하는 보도(정론)를 하긴 했지만 꼭 이번 것(숙청설)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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