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탓을 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에서 서훈 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 "민주당이 소집에 응하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열리지 않았다"며 불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보위 전체회의가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간담회 형식으로 서 원장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정보위가 소집되더라도 실질적으로 합의가 안 되면 장관이든 국정원장이든 출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합의를 안 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서 원장이 출석 의사가 없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 국정원장이 출석하지 않는 것은 민주당과의 관계 때문"이라며 "민주당 측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서는 출석이 어렵다. 당의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 원장이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 정보위 출석을 꺼리고 있고, 진실을 밝히자는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 원장이 민주당을 앞세워 진상규명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하지만 정보위 소집을 최초로 제안한 바른미래당 소속 이혜훈 정보위원장의 설명은 한국당의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이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보위가 불발된 것은 반드시 민주당 때문이 아니라 한국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 원장은 정보위 출석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성질이 단기간 적극적으로 해명 가능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에선 "서 원장이 민주당의 정보위 소집 동의를 충분히 설득해보려 했는데, 한국당이 반대해서 시도조차 못한 것 같다"는 뒷말이 나왔다.
한국당이 당장 정보위 소집을 미루는 배경으로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란 의혹의 판을 더 키우고, '한국당 VS 여권'의 대결구도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례로 한국당 김도읍 의원의 경우 이번 사건이 서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와 관련되기 때문에 "정보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는 주장을 폈다.
정보위가 소집되지 않는 또 다른 배경에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고 공전 중인 상황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 역시 모든 상임위가 멈춰 서 있는 상황에서 정보위만 따로 가동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정보위라도 '서훈-양정철' 건에 한정해 원 포인트로 먼저 열면 오히려 국회 정상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일단 상임위를 열고 서 원장 건부터 질의를 시작해 차츰 추경과 선거법, 사법개혁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민주당만 동의하면 정보위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안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서 원장이 출석할 의사를 밝히면 불발됐던 정보위 회의 소집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