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3주기, 150만원이던 월급이 20만원이 됐다"

구의역에 이어 제주, 전주, 안양..
특성화고 출신들의 사망 사고는 계속돼
도입된 '학습형 현장실습' 오히려 퇴보
사업체, 학교가 알음알음..실습생은 을
지자체-노동부-교육부 함께 나서줬으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은아(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위원장)

3년 전 오늘, 그러니까 2016년 5월 28일. 혼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던 19살 청년이 스크린도어에 끼어서 숨졌습니다. 사고 당시 그 청년의 가방에는 기름때 묻은 장갑과 삼각김밥, 컵라면 있었던 거 여러분 기억하시죠? 바로 구의역 김 군 사건입니다. 그때 참 떠들썩했었는데요. 그 뒤로도 이런 유사한 사고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재작년에는 제주에서 음료 공장 현장 실습을 하다가 자동 포장 적재기에 끼어서 참변 당한 이민호 군 있었고요. 전주에서는 전화 콜수 압박으로 자살한 홍수연 양 있었고. 작년에는 이마트 무빙워크를 점검하다가 사망한 이명수 군. 올해는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 숨진 김태규 씨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특성화고를 다니는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특성화고 재학생들, 졸업생들 할 말이 많다고 하는데요. 오늘 추모 문화제를 한답니다. 문화제 앞두고 한번 만나서 얘기 들어보죠.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모임이 있어요.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 이은아 위원장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은아>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구의역 김 군 사고가 벌써 3년이나 됐습니까? 이은아 씨는 그 당시에 고등학생이었다고요?

◆ 이은아> 네, 3년 전이면 저는 재학 중이고 한창 고등학교 2학년. 18살이었을 때인데 그때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 이라는 타이틀을 아예 달고 뉴스에 나온 게 처음이기도 했어서 수도권 쪽에서는 실제로 집회에 참가하거나 이게 굉장히 컸었어요. 그런데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가 워낙 지방에 있고 그럴수록 학교가 (그런 일에 대해) 말을 잘 안 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몸이 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아, 이런 일이 뉴스에 뜨네?’ 이런 정도의 감각만 저희들이 있었어요. 이런 것도 굉장히 생소한 움직임이긴 했지만요.

◇ 김현정>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특성화고 출신들이 이대로 안 되겠다. 그냥 우리끼리 수군수군 이러고 넘어가선 안 되겠다. 좀 뭔가 뭉쳐서 뭐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고 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 이은아> 3년 전, 2016년에 그때 한 번 술렁이고 그 이듬해였던 거 같은데 제주도 생수 공장에서 실습을 하다 숨진 이민호 군 계셨고 전주 콜센터에서 돌아가신 홍 양. 그리고 뿐만 아니라 안양 공장에서도 사고 있었고 기타 지방에서, 특히 좀 현장 실습생 분들이 많이 돌아가신 사고가 진짜 분기별로 일어났었어요. 1년 단위도 아니고 분기별로 그것도 현장 실습생이, 나랑 비슷한 또래가 계속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니까 이때부터 학생들이 본인 문제라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움직여야겠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데 구의역 김 군 사고가 워낙 강렬했어요. 그 당시에 구의역에 수많은 사람들이 가서 꽃도 놓고 포스트잇에 ‘미안해’ 붙이기도 하고요. 그 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어요? 왜 이런 사고가 줄줄이 계속 났어요?

◆ 이은아> 현장 실습 제도가 개선돼야 된다는 거, 졸업생들이 이런 환경이 개선돼야 된다는 걸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당시에 바뀐 건 일하셨던 구의역의 하청 업체 직원분들이 전부 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고 노동조합이 생긴 것. 그 당시, 그 현장에서만.

◇ 김현정> 그 사고 현장, 그 사고 회사만 바뀐 거예요?

◆ 이은아> 네. 그 회사만 바뀌고 전체적인 제도는 거의 손대려고 하지 않았어요. 현장 실습 제도 해결해라라고 하니까 오히려 현장 실습 제도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 김현정> 그러니까 특성화고 학생들한테 현장에서 실습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교육일 텐데 그 제도 자체를 없애려는 방향으로 갔어요?

◆ 이은아> 네. 현장 실습이 위험하면 현장 실습을 폐지하겠다, 안전을 위해. 이런 식으로 나왔었고. 그때 학생 당사자들은 우리는 현장 실습을 나가고자 한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필요한 건 현장 실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라는 것이지.

◇ 김현정> 안전하게.

◆ 이은아> 폐지를 하라는 그런 말이 아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여달라. 그런데 폐지를 하지 않으니까 좀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이 문제가 좀 더 심각하게 이어지게끔 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현장 실습 제도 문제 많다 해서 폐지를 해버리려고 해서 학생들이 “그건 아니죠, 그 방향은 아니죠” 라고 하니까 바뀐 것이 ‘학습형현장실습제’ 이런 게 도입이 됐네요? 현장 실습에 나오긴 나오되 와서 학습만 해라. 이런 거예요?

◆ 이은아>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러면 어쨌든 안전해진 건 맞지 않습니까? 좀 안전은 확보된 거 아니에요?

◆ 이은아> 그런데 문제는 거기로 가서 과연 안전하게 학습만 하고 있는지 감독이 제대로 되냐 이건데 전에 현장형 실습 제도랑 똑같이 감독은 제대로 잘 안되고 있고요. 오히려 현장으로 갔는데 학생의 신분만 유지하고 노동자성을 완전 삭제해 버렸어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현장에 가서 투입은 되는데.

◆ 이은아> 일에 학습을 한다는 명목으로 투입한다는 사례가 실제로 주변에서 많이 들려오기도 했고 임금을 주는 게 아니라 실습비를 주는 걸로 좀 변경이 됐어요. 그런데 그 실습비가 식비, 교통비 다 포함해서 20만 원 정도만 받을 수 있었거든요.

◇ 김현정> 한 달에 20만원이요?

◆ 이은아> 네. 그건 절대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그런 돈이 아니고.

◇ 김현정> 그럼 그전에는 얼마 받았는데요?

◆ 이은아> 작년 기준 최저임금이었던 것 같아요. 거의 150만 원 정도가 20만 원으로 훅 줄어든 거죠.

◇ 김현정> 150만원 정도 받으면서 실습에 투입되던 게 학습형 실습 제도가 되면서 2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고요?

◆ 이은아> 네.

◇ 김현정> 그런데 일은 일대로 시키고?

◆ 이은아> 그렇죠.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데 종이에 글 쓰듯이 학습만 해서 일을 배울 수 있냐 (하면서).

◇ 김현정> 그것도 사실 맞는 말이죠. 와서 눈으로 보기만 하니까 “그러면 네가 한번 직접 해 봐” 하다 보면 노동 현장에 어느새 투입이 돼 있고 하지만 학습형이기 때문에 임금은 그냥 배우는 학생들의 교통비 수준으로밖에 안 주고.


◆ 이은아> 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좀 제도 모순이 있는 거네요.

◆ 이은아> 네. 오히려 그전에 우리들이 가던, 진짜 노동을 하던 현장 실습보다 훨씬 더 후퇴했다, 오히려 안전도 훨씬 보장 못 받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는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특성화고 학생들이 원하는 건 뭘까요? 어떤 식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보시는 거예요, 현실적으로?

◆ 이은아> 사실 제일 원했던 거는 현장 실습을 가서 일을 하기는 하는데 그전에는 이렇다 할 감독이… 학교 선생님들이 그 현장을 돌았거든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아무래도 그 산업체를 잃으면 내년에 보낼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어지니까 내 학생이 거기에서 무슨 일을 당하든 소극적으로밖에 대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돼버렸고 그렇게,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감독이 안 되니까 계속 제주도나 구의역이나 아니면 전주 콜센터처럼 인격적으로 잘 대우해 주는 직장을 가지 못했던 거예요. (저희는) 진짜 일반적인, 상식적인 일자리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그 일에 안정적으로 적응을 해서 취업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거였어요.

◇ 김현정> 참 쉽지 않아 보이는 게 똑같은 노동 조건이라도 숙련도에 따라서 안전이 아주 확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숙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 배우는 학생들한테는 훨씬 더 위험해질 수 있는 건데 이 부분이 감안이 안 되고 투입이 된다. 그 부분을 좀 더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십시오 하다 보면 회사에서는 “그러면 위험하지까 오지 마” 라고 안 받게 될 거고.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과 현장의 요구가 굉장히 안 맞는 부분이 있네요.

◆ 이은아> 맞아요.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나가는 업체라는 게 지금 학교 자체에서 이렇게 조달하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 김현정> 알음알음, 학교에서 알아서 뚫어야 돼요?

◆ 이은아> 네. 그러면 당연히 기업이 언제든 안 받겠어 할 수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은아> 그래서 사실 거기서부터 막으려면 지자체랑 교육청이랑 노동부가 같이 협업을 해서 지역에 있는 그런 업체들을 선정을 하고 실제로 그 업체들한테 보상도 해 주면서 협업을 하니까 노동부에서 감독도 같이하는, 그런 업체들을 직접 발굴를 해서 리스트업을 하라는 거예요.

◇ 김현정> 그냥 학교에만 맡기면 회사가 안 받겠다고 했을 때 어떻게 방법이 없으니까 어쨌든 학교가 학생들이 을이 될 수밖에는 없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 이은아> 네. 그렇기 때문에 산업체를 붙잡는 게 더욱 절실해지는 거고 그럴수록 거기에 투입돼도 아무 말도 못하는 그런 입장이 계속되는 거 같기도 하고. 솔직히 취지를 잘 살려서 정말 현장 실습이 제대로 투입된 거면, 기업(입장 에서)도 지원도 받고 또 고용할 수 있는 현장 인력도 학생 때부터 교육을 해서 그런 숙련 직원을 그다음에 정식 고용할 수 있게 되는 거고 학생은 학생대로 감독을 제대로 받는다고 전제가 되면 둘 다에게 나쁜 일은 아니거든요.

◇ 김현정> 그 연결을 지자체 차원에서 나서서 해 주고 대신 관리 감독 철저히 하고 회사에다가는 어떤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시너지를 내보면 어떻겠느냐. 이런 말씀이시군요.

◆ 이은아> 그렇죠. 일단 단계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에 하나긴 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구의역 김 군이 사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이 사망 사건들. 알고 보면 특성화고 재학생 또 졸업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인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이렇게 뭉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네요. 오늘 추모 문화제 잘 치르시고요.

◆ 이은아> 네.

◇ 김현정>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고가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은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전국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모임입니다.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이은아 위원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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