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소리에 지붕이 들썩들썩…"보상금도 필요없다"

완주군 "항공대대 관련 공문 전혀 못 받아"
주민들 "시끄러워 못 살겠다" 울화통
전주시 "소음은 환경평가 기준 이하, 법적 문제 없어"
군민 자체 측정 수치는 80dB…'철로 변·지하철 수준 '

수리온 헬기 비행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전주항공대대가 터를 옮긴 뒤 전북 완주군 이서면 주민들이 헬기 소음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전주시가 완주군과 사전 교감 없이 항공대대 이전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완주군 일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1월 전주 항공대대는 전주시 북부권 개발 일환으로 전주 송천동을 떠나 도도동에 새 둥지를 꾸렸다. 1978년 창설 이후 약 40년만의 이전이다.

당초 전주시와 항공대대는 새 비행장의 후보 비행경로를 두고 전주시 동산동·반월동 지역과 완주 이서면·김제 백구면 지역을 저울질했다.

이후 만경강 지역에 철새 도래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완주·김제 방면을 비행경로로 결정했다.

항공대대 이전사업 전략환경평가서상 전주 항공대대 예상 장주비행 경로 지도. 파란색 직사각형은 현행 장주비행 경로, 빨간 원은 완주군 이서면 지역이다. (사진=완주군청 제공).
2015년 9월 작성된 '항공대대 이전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장주비행(Traffic Pattern·항공기의 이착륙을 위해 설정한 일정한 경로 및 고도) 노선이 완주군을 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헬기 이·착륙 지점과 완주군 이서면의 직선거리는 2.3km 안팎에 불과하다.

그런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당시 전주시는 완주군과는 별다른 협의 없이 항공대대 이전을 추진했다. 전주·익산·김제시 주민들을 상대로 사전 협의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완주군청 관계자는 "군청 각 과를 전수조사 중이나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전주시로부터 완주군이 비행경로에 있다는 공문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의견을 제출한 주민과 기관. 완주군은 의견을 제출하지 못했다. (사진=완주군청 제공. 전주시 작성)
실제 환경영향평가서에도 완주군을 제외한 전주·김제·익산시의 의견만 반영됐다.

뒤늦게 이를 안 완주군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완주군 헬기노선 반대 비대위와 주민 500여명은 지난 22일 항공대 진입로에서 집회를 열고 전주시와 항공대대에 비행경로 변경을 촉구했다.

대농마을에 사는 강순남(83)씨는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며 "돈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 헬기만 뜨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반면 전주시는 환경평가 결과를 근거로 소음 문제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시청 관계자는 "이·착륙 항공기들의 '소음영향도'가 75웨클(WECPNL) 이하로 나온 만큼 소음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서상 대농경로회관 지역의 소음영향도는 55.6웨클(WECPNL)이다. 웨클은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일평균 최고 소음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지난 22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주민들이 전주 항공대대 진입로에서 비행경로 변경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송승민 수습기자)
완주군민들은 전주시 주도의 환경영향평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헬기노선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이세우 공동대표는 "완주군민들도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비대위는 헬기가 뜨고 내릴 때 소음을 자체 측정했다. 결과는 약 80dB.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0dB은 철로 변이나 지하철 소음 수준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 장애가 올 수 있다.

항공대대 관계자는 "주민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전주시와 완주군 두 지자체와 함께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주시와 항공대대가 '관련 민원은 항공대대가 아닌 시에서 해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행 합의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시는 최근 완주군에 '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고 답변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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