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맞은 경찰관, 전기충격기 사용 가능" 물리력 기준 마련

경찰, '과잉·소극대응' 논란 속 '기준' 마련
현장 상황 다양해 실제 적용시 남용 우려도
경찰 "대원칙은 '위해 감소'…무조건적 물리력 사용 아냐"

(사진=자료사진)
최근 서울 구로동 주취자 제압 영상을 둘러싸고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청이 현장 상황별로 물리력 사용 기준을 구체화 해 발표했다.

이 기준을 '대림동(실제로는 구로동) 영상' 속 현장에 적용하면 주취자로부터 뺨을 맞은 경찰은 전자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번 기준 마련으로 경찰에게 줄곧 따라붙었던 '소극·과잉 대응'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돼 효율적인 상황대처가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물리력이 전보다 남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경찰청은 경찰위원회 의결을 통해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마련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규칙은 대상자의 위협 행위 수준을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으로 나누고 각 수준별로 경찰관이 어떤 물리적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세분화했다.


이에 따르면 대상자가 경찰관의 지시나 통제를 따르는 상태인 '순응' 상황에서 경찰은 가벼운 신체접촉을 할 수 있으며, 수갑을 사용해 체포가 가능하다.

대상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건 아니지만, 지시·통제에 따르지 않는 경우인 '소극적 저항' 상태에서부터 경찰은 경찰봉과 방패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장구로 대상자를 밀거나 잡아당기는 수준의 대응만 가능하다. 신체 일부를 잡거나 밀고, 잡아끄는 등의 대처도 할 수 있다.

도주하거나 경찰관을 밀고 잡아끄는 등 '적극적 저항'을 하는 이에게는 경찰관이 분사기까지 사용할 수 있고, 나아가 위해를 가하는 '폭력적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경찰관은 경찰봉을 이용해 가격하거나 전자충격기도 사용할 수 있다.

(사진=자료사진)
경찰관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 공격'이 가해지는 상황이라면 대상자의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물리력과 권총 사용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찰은 이번 제정안에서 물리력 사용을 위한 3대 원칙으로 ▲ 객관적 합리성의 원칙 ▲ 대상자 행위와 물리력 간 상응의 원칙 ▲ 위해 감소 노력 우선의 원칙을 제시했다.
물리력 행사에는 합리성이 있어야 하며 위해 수준에 따라 물리력 수준도 높이거나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현장 상황이 급박하지 않은 경우 대상자를 설득·안정시킬 것을 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기준밖에 없었다"며 "(이번에는) 비례의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물리력 행사 기준이 만들어져 경찰 물리력 행사의 균질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법 집행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상황 속에서 경찰이 이 규칙을 근거로 물리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물리력 사용의 대원칙은 위해 감소를 위해 노력을 우선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칙에는 물리력 사용을 위한 원칙들도 명시됐는데, 여기에는 '현장상황이 급박하지 않은 경우 대상자를 설득, 안정시켜 보다 덜 위험한 물리력을 통해 상황을 종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포함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구가 다소 추상적이고, 경찰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도 많아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6개월 간 교육훈련을 거쳐 11월부터 이 규칙을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해당 규칙이 일부 집회·농성 현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적 행위로 현장에서 체포가 필요할 경우에는 이 규칙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지난해 7월 울산에서 CJ 대한통운 화물차 아래에 드러누워 운송을 막았던 택배 노조원을 경찰이 체포했는데, 이 때 경찰은 테이저건을 사용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이번 규칙을 적용하면 당시 체포 과정은 '과잉 대응'이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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