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동맹 균열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가 군사적으로 절제되고 합의된 목소리를 내며 비핵화 협상 재개의 군불을 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주한미군, 北 발사체 언급 없이 한미동맹의 미래 그려
문 대통령은 한미 주요 군 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공고한 한미동맹과 철통 같은 연합 방위 태세를 토대로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이라는 평화 프로세스의 길을 담대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찬 간담회에는 우리 군의 정병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서욱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참석했다.
미군에서는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 케네스 윌즈바흐 주한미군사 부사령관, 제임스 루크맨 주한미군 기획참모부장, 토니 번파인 주한미특전사령관, 패트릭 도나호 미8군 작전부사령관이 자리하는 등 한미 연합 방위태세의 핵심 지휘관들이 총 집결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군 주요 지휘부들을 함께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만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힘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구축되더라도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해질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한미동맹은 결코 한시적인 동맹이 아니라, 계속해서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해 가야 할 영원한 동맹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들어설 경우 한미동맹이 큰 변동을 겪을 것이라 우려하지만, 문 대통령은 동맹의 지속 여부는 한미가 결정할 문제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도 "우리는 함께하면 할수록 더욱 강력해 진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또 이날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입에서 연이은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한 규탄이 없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주한미군 주둔의 1차적 목표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다.
오히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현재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언급보다는 "준비태세를 다져 나감으로써 잠재적인 미래의 위기와 여러 위협에 대처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들은 자국 외교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우리는 적절한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가면서 신뢰도 높은 억제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외교적인 영역에서 우리 외교관들이 성과 있는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일관되게 미군에 외교와 협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며 "한미가 발사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절제된 메시지를 보내며 대화를 재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반도 평화체제가 완성된 미래에도 한미 동맹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모여있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는 데도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 "도발 없으면 대화 모멘텀 유지돼" 北 향한 경고이자 손짓
그러면서 "양국은 긴밀한 공조와 협의 속에 한 목소리로, 아주 차분하고 절제된 메시지를 냄으로써 북한이 새롭게 더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는 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지난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북한의 도발 행위가 중단된 상태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도 한미 공조에 기반해 상황 관리와 대북 협상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북한에게는 추가적인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라는 손짓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최근에는 한미 정상의 직접적인 발언 외에도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막아왔던 미국이 입장을 바꾸고, 청와대도 "북한과는 다양한 소통의 라인들이 있다"며 물밑접촉을 시사하는 등 대화 재개를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추가적 발사 시험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기에 한미의 대응이 지금까지는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만일 추가적인 발사가 있다면 한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모멘텀이 깨질 수 있으니 더 이상 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