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경찰도 주취자 제압 힘들어…'여경 무용론' 너무해"

현장 경찰들 평가 들어보니…"여경 대처, 현실적으로 최선이었다"
남녀 경찰 구분 없이 대체로 '한 목소리'
"효과적 현장 대응 위해 장구·장비 사용 권한 적절히 확대해야" 지적도

'대림동 경찰 폭행'이라는 제목의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이른바 '대림동 경찰 폭행 영상' 속 여경의 현장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여경 무용론'으로까지 번지자 일선 경찰들은 남녀 구분 없이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여경이 현실적으로 적절한 대처를 했으며, 이를 문제 삼아 여경 전체를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남성 경찰관 A 순경은 "당시 여경이 어쩔 수 없이 힘으로 밀린 상태에서 무전으로 상황을 알리는 등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B 경위(남성)도 같은 맥락에서 여경 무용론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현장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성을 겨냥해 내놓는 무조건적 비판에 가깝다는 것이다.

C 경장(남성)도 "드물긴 하지만, 현장에서 최후 신병확보 수단인 수갑 채우기 과정에서 동료나 시민에게 얼마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비판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성토했다.

특히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주취자를 자주 접하는 경찰들 다수는 '술에 취한 사람을 제압하는 건 성별에 관계없이 홀로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취지의 구체적 설명도 내놨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D 경위(남성)는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면 비슷한 체격의 남성 경찰 3명이 달라붙어도 수갑을 10분 안에 채우기가 어렵다"며 "수갑을 채우는 것 자체가 긴급한 상황인데 실패했을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걸 감안하면, 피의자가 2명인 상황에서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으로 '무용론'의 표적이 된 여성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진짜 여경이 필요 없는지 되묻고 싶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여성인 E 경감은 "성폭력 등 여성 관련 범죄는 늘어나고 있는데 피해자 상담 등 민감한 부분에서 여경의 역할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남녀 경찰관 구분할 것 없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종종 주변 시민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유독 '여경'에 초점을 맞춰 얘기가 나오는 게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F 경위(여성)도 "성폭력, 어린아이들에 대한 범죄 등 여경의 특성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다"며 "여경을 정말 줄이고 없앴다가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는 '여경이 없으니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들은 갈등 지향적 논란을 매듭짓고, 효과적인 현장 대응을 가로막는 '제도적 한계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G 경감은 "소극적으로 대처해도 비판이 일지만, 실정상 장비를 동원한 '과격 대응'이 문제가 되면 민사‧행정소송까지 제기된다"며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H 경장도 "현실을 고려해 장구‧장비 사용 권한 등을 적절하게 확대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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