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여경이 현실적으로 적절한 대처를 했으며, 이를 문제 삼아 여경 전체를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남성 경찰관 A 순경은 "당시 여경이 어쩔 수 없이 힘으로 밀린 상태에서 무전으로 상황을 알리는 등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B 경위(남성)도 같은 맥락에서 여경 무용론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현장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성을 겨냥해 내놓는 무조건적 비판에 가깝다는 것이다.
C 경장(남성)도 "드물긴 하지만, 현장에서 최후 신병확보 수단인 수갑 채우기 과정에서 동료나 시민에게 얼마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비판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성토했다.
특히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주취자를 자주 접하는 경찰들 다수는 '술에 취한 사람을 제압하는 건 성별에 관계없이 홀로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취지의 구체적 설명도 내놨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D 경위(남성)는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면 비슷한 체격의 남성 경찰 3명이 달라붙어도 수갑을 10분 안에 채우기가 어렵다"며 "수갑을 채우는 것 자체가 긴급한 상황인데 실패했을 경우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걸 감안하면, 피의자가 2명인 상황에서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으로 '무용론'의 표적이 된 여성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진짜 여경이 필요 없는지 되묻고 싶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여성인 E 경감은 "성폭력 등 여성 관련 범죄는 늘어나고 있는데 피해자 상담 등 민감한 부분에서 여경의 역할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남녀 경찰관 구분할 것 없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종종 주변 시민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유독 '여경'에 초점을 맞춰 얘기가 나오는 게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F 경위(여성)도 "성폭력, 어린아이들에 대한 범죄 등 여경의 특성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다"며 "여경을 정말 줄이고 없앴다가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는 '여경이 없으니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들은 갈등 지향적 논란을 매듭짓고, 효과적인 현장 대응을 가로막는 '제도적 한계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G 경감은 "소극적으로 대처해도 비판이 일지만, 실정상 장비를 동원한 '과격 대응'이 문제가 되면 민사‧행정소송까지 제기된다"며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H 경장도 "현실을 고려해 장구‧장비 사용 권한 등을 적절하게 확대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