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목원대학교 청소노동자인 이씨에게 지난달 30일 오후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금일부로 근로계약이 마감됐으니 소지품을 정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1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전날, 그것도 문자로 받은 것이다.
더욱이 이씨는 이날 휴가 중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회사에서 4월 휴가를 다음달로 미루지 말고 쓰라고 권유해 마지막날 휴가인 상태였다"며 "별안간 날아온 문자에 눈앞이 깜깜하고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씨를 비롯해 10년 안팎을 일한 청소노동자 4명이 이날 용역업체의 문자를 받았다.
최근 용역업체에서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된 목원대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대학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으로서, 10여년 간 소속 업체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이런 문제를 겪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해고 노동자들의 주장은 '노조 탈퇴를 안 해 밉보여서'라는 것이다.
이씨와 함께 '계약종료' 문자를 받은 조남숙(61)씨는 "지난 2월 용역업체가 바뀐 뒤 동료들 사이에서 '살려면 빠져라, 노조를 탈퇴해라, 탈퇴 안 하면 안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퍼졌다"며 "전 노조지회장 등이 줄줄이 탈퇴했고 나도 탈퇴를 직접 권유받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현재 노조지회장을 맡고 있다.
이장순씨 역시 "노조 탈퇴를 끝까지 안 한 청소노동자들 건물로만 소장이 와서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느니 끊임없이 지적을 하고 스트레스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용역업체는 전 직원과 지난 3개월간 시용계약을 맺었고, 4월 말 계약종료가 될 수 있음을 한 달 전 일괄 공지했다고 반박했다.
시용이란 정식채용 전 업무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해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뜻한다.
또 계약종료 통보를 한 4명의 경우 근태 문제로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일 뿐, 노조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목원대 청소용역을 새로 맡고 보니 청소미화 수준이 많이 미흡해 학생들에게 깨끗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기존 직원 전체와 시용계약을 맺고 나름의 평가과정과 혁신활동을 거쳤다"며 "재계약 여부는 건강과 근태,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문자 통보'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계약종료가 될 수 있음을 한 달 전 공지하고 문서로 사인까지 받았기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여기고 4월 말에 바로 해당자에게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인 목원대는 "용역업체와 기존 55명의 청소노동자 규모를 유지하는 계약을 맺었다"며 "그 계약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용역업체와 청소노동자 간 계약 문제에 대학이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용계약서를 썼던 것은 사실이지만 용역업체에서 쓰라는데 사실상 안 쓴다고 할 수도 없고 1년으로 간다고 해 형식적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씨 역시 "사전에 해고당할 만큼의 언질을 전혀 못 받았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나 회사에 누를 끼친 게 하나도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 당장 생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도 막막하지만, 10년간 애착을 갖고 몸담은 곳에서 '근무태만'으로 해고를 당하는 것은 너무 불명예스럽다며 회사 측과 얘기를 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판례에서는 시용 중 해고의 경우 통상의 해고보다는 해고 범주를 넓게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이고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정도'여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최소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의무는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고 노동자 4명은 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