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한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는 경찰 두 명과 성인남성 두 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담겨 있다.
남성들 중 한 명이 남성 경찰의 뺨을 때리고, 이에 남성 경찰은 해당 남성을 제압한다. 제압 당한 남성의 동행인은 이를 제지하려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여성 경찰을 밀치며 가격한다. 이에 여성 경찰은 동행인을 막으려 하지만 동행인은 남성 경찰의 어깨를 잡아 제압을 방해한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남성 경찰에 비해 여성 경찰이 체력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찰 업무에 여성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여성 경찰이 주인공인 범죄 영화 '걸캅스'와 해당 영상을 비교해 현실 속 여성 경찰은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단정짓기도 했다. 언론 매체들 역시 영상에서 불거진 '여경 무용론'에 초점을 맞춰 여론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영상을 본 경찰 관계자는 여성 경찰의 대응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성 경찰 전체를 무능력한 존재로 일반화시키기도 어려울 뿐더러 '여경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경찰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던 상황인데 '여경 무용론'까지 확산될 만한 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남성 경찰과 비슷하거나 더 넘는 수준의 체력을 가진 여성 경찰들도 많아서 그렇게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그리고 영상의 결말 없이, 제압 과정만 잘라서 올렸기 때문에 이를 성급하게 판단할 수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지구대 관계자는 17일 CBS노컷뉴스에 "직무 이행에 있어 여성 경찰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두 남성들은 현장에서 제압돼 현재 구속된 상태다. 상황 일부분만을 담은 해당 영상으로 여성 경찰을 비하하는 것이 난감하고,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성 경찰이 필요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최근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서 남성 경찰들의 여성 피해자 대응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찰 업무를 고려하지 못한 논쟁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7일 CBS노컷뉴스에 "몸싸움으로만 경찰 수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지력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고, 무엇보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이라며 "그렇기에 여성 경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고, 남성 경찰 역시 업무에 필요하다. 시민을 힘으로 제압하는 경찰의 시대는 끝났는데 그걸 강조하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애초에 시민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제압 권한 자체가 영화 등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제압 과정에서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후속 책임은 모두 해당 경찰에게 지워진다.
김상균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에 대한 과잉 기대 속에서 전적인 제압이 이뤄지지 못하면 실망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또 반면에 과잉 제압을 하면 어떻게 시민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거 자체보다는 제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경찰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경찰은 그 후속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여성 경찰들의 신체적 능력 부족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는 어긋난 방향"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