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이 개원한 지난 2일 초여름 날씨 속에 2만명에 이르는 많은 시민들이 식물원을 찾았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는 ‘개원 효과’에다 모처럼 미세먼지 상태도 좋은 쾌청한 날씨를 보이자 수많은 시민들이 나들이 장소로 식물원을 선택한 것.
하지만, 개원 초기 관람환경은 나빴다. 시민들은 국내 최초라거나 축구장 70개 규모, 보유 식물수 3100여 종 같은 수식어에 한껏 기대를 품고 식물원을 찾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지는 식물원 전경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원을 들어서자 마자 마주치게 되는 초지원은 넓은 잔디광장으로 조성돼 탁트인 시원한 전망을 주지만, 급히 가져다 심어놓은 나무들이 아직 제대로 자라지 못해 그늘은 빈약하고 심어진 나무의 밀도도 낮아 서울식물원의 표본이 됐던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의 풍성하고 싱그러운 식물원 전경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김재영(서울시 양천구)씨는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도심에 위치한 공원이라 기대를 걸고 방문했는데 나무가 생각보다 적은 것 같아 놀랐고 냉대나 온대 등 기후대별로 나무가 심어진 것 같지도 않아 아쉬웠다. 정문에서 주제원까지 거리가 너무 먼데 도중에 벤치 하나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식물원 정문을 들어서 주변을 관람하면서 주제원까지 가는데는 도보로 대략 20여분 가량 소요된다.
CBS취재진이 실제로, 서울식물원 정문을 지나 정문광장, 초지원을 거쳐 온실정원이 있는 주제원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해 보니 가는 길 내내 관람시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유료관람구간이자 식물원 관람의 하이라이트인 온실정원은 직경 100미터, 높이 28미터의 접시형 온실로 조성됐고 벵갈고무나무와 인도보리수, 폭탄수, 바오밥나무, 자바자두나무 등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희귀 열대수목들이 500여종 전시돼 있다.
시민들이 온실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무들을 배치해 '열대수림' 같은 느낌을 주고 2층의 스카이워크에서는 열대와 지중해 수림을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온실의 규모가 거대하다고 여겨지는 정도는 아니었고 그나마 한정된 온실공간을 열대관과 지중해관이 나눠 쓰다보니 협소하게 느껴질 뿐아니라 포토존 등 관람시설이 잠식해 그만큼 숲이 빈약해진 것 같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직접 공원을 둘러본 뒤 "많은 시민들이 찾는데 그늘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성초기라 부족한 부분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서울식물원 측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고민중"이라면서도 예산문제를 거론했다.
식물원 관계자는 17일 "햇빛에 너무 노출되고 쉬어갈 공간이 부족해 보완을 요구하지만 SH공사도 한없이 투자해 보완해 줄수 있는 사정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서울식물원 조성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했고 설계변경과 보완과정에서 100억여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마곡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기 때문에 그늘막을 설치해도 관리가 안되는 문제점이 있고 그렇다고 서울대공원 처럼 공원내 이동수단을 구비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공원조성 초기라 불거지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입지조건과 교통여건 때문에 찾는 시민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정식개장 전 이미 250만명의 시민들이 방문한데 이어 2일 개방 이후 12일까지 총 17만명이 다녀가 하루평균 1만4천여명이 찾은 것으로집계됐다.
서울식물원은 서울의 서남부 마곡신도시에 위치해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3,4번출구와 바로 접해있고 양천향교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5호선 마곡역 2번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걸릴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버스 이용도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