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임미현 >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코너 스담쓰담입니다. 체육부 박세운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 임미현 >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등판 때마다 호투를 펼쳐 화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류현진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잘 던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 임미현 > 얼마나 잘하고 있나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서 운영하는 '사이영 프리딕터(Cy Young Predictor)라는 기록 페이지가 있습니다.
한해동안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양대리그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투수에게 사이영상이 주어지잖아요? 기록을 토대로 그 수상자를 예상해보는 페이지입니다.
한해에 2명씩 나오는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가운데, ESPN은 지난 9년동안 매년 최소 1명 이상을 적중시켰습니다. 2명을 모두 맞힌 시즌도 다섯 번이나 되는데요. 현재 ESPN이 예상하는 내셔널리스 사이영상 수상 후보 1순위가 바로 류현진입니다.
◇ 임미현 >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군요?
맞습니다. 지난주 애틀랜타를 상대로 완봉승을 달성했고 최근 워싱턴을 상대로는 8회 1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달렸습니다. 올해 기록을 보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습니다 류현진은 현재 5승1패를 기록하고 있구요. 평균자책점(1.72)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부문에서는 리그 1위(0.73)에 올라 있습니다.
류현진은 올해 볼넷을 거의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52와 1/3이닝동안 허용한 볼넷 수가 3개에 불과합니다.
류현진이 9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할 때 허용하는 볼넷 수가 0.5개라는 의미인데요. 압도적인 리그 1위 기록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이냐면, 류현진에 이은 2위 선수(애리조나 잭 그레인키)의 기록이 류현진보다 2배가 많은 1.1개입니다.
◇ 임미현 > 투수에게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류현진의 제구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일부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제2의 그렉 매덕스라고 평가합니다. 매덕스가 누구냐, 1990년대에 애틀랜타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투수로 지금도 제구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입니다.
다저스 출신의 전설적인 투수 오렐 허샤이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매덕스는 멀리서 공을 던져서 조그만한 티컵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을 것 같은 투수라고. 요즘 류현진의 제구력은 매덕스 수준으로 비교되고 있습니다.
야구 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류현진이 던지는 패스트볼,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주요 구종의 제구력이 모두 리그 평균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 임미현 > 그런데 메이저리그에는 워낙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잖아요? 제구력 만으로는 타자들을 압도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메이저리그는 강속구 투수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류현진의 직구는 시속 150km에 육박하지만 메이저리그 왼손투수 중에서는 평균 수준입니다. 속도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올해 류현진에게는 특별한 힘이 생겼습니다.
◇ 임미현 > 어떤 능력인가요?
야구에서 피처빌리티(pitchablilty)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투구를 뜻하는 피치, 능력을 뜻하는 어빌리티의 합성어인데 다양한 구종을 적절하게 배합해 정교하게 던지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다저스에서 류현진의 공을 받는 포수 오스틴 반스는 류현진의 피처빌리티가 탁월하다고 극찬했습니다.
워싱턴 타자 브라이언 도저는 류현진을 상대한 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직구를 거의 안 던지더라. 계속 변화구를 던지니까 타자가 느린 공을 생각할 때쯤 갑자기 직구로 승부를 하더라. 즉, 타자의 타이밍을 흔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 임미현 > 어떤 공을 던질지 예상하기 힘든데 그 공이 치기 힘든 코스로 들어온다, 이런 뜻이군요?
정확합니다. 게다가 류현진은 올해 이닝당 평균 1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게 또 중요합니다.
최악의 투수는 볼넷을 많이 주고 삼진을 잘 못 잡는 투수입니다. 볼넷을 남발하면 투수는 스스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주자가 쌓이니까요. 그리고 실점 위기 때 타자가 친 공이 필드 안으로 굴러가면 아웃이 되기도 하지만 안타가 되거나 실책이 나오거나 여러가지 복잡한 변수가 생깁니다. 즉, 실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위기 탈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탈삼진 능력입니다. 게다가 류현진은 볼넷도 거의 안 주니까 에이스급 투수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현재 다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 임미현 > 그렇다면 류현진의 사이영상 수상도 기대해볼만 한 건가요?
많은 야구 팬들께서 기대하시겠지만 아직 설레발은 위험합니다. 시즌 초반이거든요. 만약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9월까지 유지한다면? 그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앞으로 상대가 류현진을 더 분석할 테니까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 임미현 > 혹시 보완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현지 언론이 가장 우려하는 게 류현진의 몸상태입니다. 건강한 류현진은 흠잡을 데 없지만 최근 몇년간 부상 경력이 너무 많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합니다. 올해도 사타구니 부상 때문에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구요.
류현진이 구위로는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닙니다. 그래서 볼배합과 제구력이 중요합니다. 시즌 초반 피홈런이 많은 편입니다. 실투는 여지없이 맞는데 최근 2경기 실투가 거의 없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집중력 있는 투구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