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은 이채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 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오후 비공개 당청청 회동을 갖고 14일 오전 열기로 했던 당정협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 지자체별로 여러 여건과 입장들이 상이해 정부와의 추가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어서 당정 협의회는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그러면서 "지자체별로 버스 요금 인상이 필요한 곳도 있고, 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인상) 수요가 덜한 곳도 있고, 요금 인상을 했을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분담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이 상이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당정협의를 연기한 주요 원인은 경기도가 버스 요금 인상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회동을 갖고 재정원칙상 불가능한 버스 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 대신 교통권 보장, 대중교통인프라 확중, 광역교통 활성화 지원 등 우회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회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은 만큼 가장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경기도가 요금인상으로 화답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재명 지사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당정협의를 일단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관계자는 "요금인상 준비는 되어 있는데, 컨센서스(합의, 의견칠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환승할인 비용 분담과 요금인상 등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 등의 공동보조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한편에서는 정부나 서울시와 인식차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은 14일 하루 동안 경기도와의 이견 조정에 나서는 한편 요금 인상에 대한 이재명 지사의 결단을 직간접으로 촉구, 권유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노조 전국동시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선 대구 시내버스 노조가 13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측과 합의에 이르렀다. 노조는 사측과 호봉별 시급 기준 4% 임금 인상, 정연 61세에서 63세로 연장 등에 합의함으로써 15일 파업 대열에서 빠지게 됐다.
대구 시내버스 노사의 합의는 서울 버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다. 서울은 주당 근무시간이 47.5시간에 이르고 임금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 정년 연장 등 일부 쟁점에서 접점을 찾으면 합의 타결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노조와의 협상이 최대한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고 말해 협상 분위기가 나쁘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당장은 서울이 제일 중요한 지역인데, 서울은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고 근로조건도 좋은 편"이라며 "14일까지 최대한 노사합의로 타결하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4일 열리는 조정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각 지방 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열리는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15일 새벽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도 등 각 시도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조정회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여론의 압박 때문에 15일부터 전국적인 버스 총파업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