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보이는 현대차에 놓인 숙제 '통상임금'

현대차 노조 임단협 안건에 '통상임금' 최종포함
6년 다툰 통상임금訴, 1심·2심 모두 사측 승소
기아차 통상임금 해결에 현대차 노조 요구도 거셀듯
1분기 실적 반등한 현대차는 '고민'

현대차 노조는 지난 8일,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제136회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건에 통상임금 안건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사진=현대자동차 노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통상임금 안건'을 논의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 성과금 지급 등을 요구한다.

결국 현대차 노조가 6년 째 사측과 소송 중인 통상임금 안건을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 올리면서 최근 경영 회복세에 접어든 현대차에겐 또 하나의 숙제가 놓인 셈이다. 특히 기아자동차가 노조와 8년 가까이 다툰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한 터라 현대차 노조의 해결 요구는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 노조, 임단협에 '통상임금' 꺼낸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2019년 임단협 요구안을 이날 회사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앞서 지난 8일, 제136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임단협 요구안건을 확정했다. 현대차 노사는 2년마다 임단협을 진행해왔다.

안건에는 '임금 12만 3,526원 인상'과 '우리사주 포함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정년 연장',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이 담겼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통상임금' 안건이다.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안건을 두고 6년 넘게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사측과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지난 2015년 이뤄진 1심과 2심 판결에서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이 만들어 놓은 '상여금 시행세칙'의 지급제외자 15일 미만 규정에 따라 고정성이 결여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노조의 동의 없이 임의 제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판결이 내려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의 동의도 없이 임의 제정한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불법"이라며 "그런데도 1심, 2심 재판부는 사측의 상여금 시행세칙에 의한 '고정성 결여' 주장을 채택했다" 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최근 기아자동차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대차 노조의 요구도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어도 차별적인 대우는 참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3월 11일, 기아차 노사는 8년 간 다퉈온 통상임금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노조의 손을 들어줬던 터라 노조 주장에 힘이 실렸다.

결국 기아차 노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평균 3만 1,000원을 인상하기로 했고 통상임금 미지급분(1인당 평균 1,900만 원)에 대해서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 '회복 기미' 보이는 현대차, 통상임금에 '고민'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한 현대차에게 통상임금은 풀어야 할 숙제이자 악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에서 1, 2심 모두 노조가 승소했지만 현대차는 재판부가 사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업계에서도 '기아차와 상황이 다르고 현대차가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심과 2심 판결에서 패소한 노조는 최근 변호사를 추가 선임하는 등 변호인단을 재정비하고 대법원 최종 판결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 통상임금 2심 재판부의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 근무하는 등 대표적인 '양승태 키즈'"라며 "사법농단 연루 판사로 검찰에 기소됐는데 어느 국민이 현대차 통상임금 1심, 2심이 정의로운 판결로 보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현대차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서 계속해 접점을 못 찾을 경우 임단협 자체가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나 최근 현대차가 경영실적을 크게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한 상황에서 성장 동력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최근 몇년 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액 23조 9,871억 원, 영업이익 8,24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6.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21.1% 늘었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이다. 특히나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터라 이번 반등은 의미가 크다.

이날 회사에 임단협 요구안을 제출한 노조는 이달 말 진행되는 상견례를 시작으로 회사와 협상에 들어간다. 노조 역시 여름 휴가 전까지 집중교섭을 진행하는 등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타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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