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고'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지난 4일 발사체 도발 때보다 대응 수위를 높였지만,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황을 관리하려 애쓰는 모습도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4일에 이어 이날 오후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사거리 420여㎞와 270여㎞에 이르는 발사체 두 발을 쏜 것에 대해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300mm 방사포 등을 발사한 직후 청와대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로우키' 전략을 고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고' 등의 발언은 다소 높은 수위의 대응으로 읽힌다.
앞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도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오늘 오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우 우려스럽다"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방송대담을 불과 4시간 앞둔 이날 오후 4시 29분과 4시 49분에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방송대담 앞부분의 상당 시간을 북한 발사체 도발에 대한 답변으로 할애했다.
또 "북한도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불만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대화·협상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일단 북한 의도가 어떻든 북한의 행동이 자칫 잘못하면 협상과 대화 국면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경고하는 바"라며 거듭 '경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북한이 발사 사거리를 늘리면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도발 수위를 추가로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와 남북군사합의 위반 판단은 이르다며 상황이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는 것은 의도적으로 경계하는 모습도 비쳤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매개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방안을 구상 중인데,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강경 대응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읽힌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표현이 들어있어 비록 단거리라도 그게 탄도미사일이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다. 이전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유엔이) 문제 삼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군사합의 이후에도 남북이 함께 기존 무기체계를 더 발달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와 훈련 등은 계속해왔다"며 "남북간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남북정상회담시 합의한 9·19 군사 합의도 이제 무효가 됐다"(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북한의 실상을 온국민이 다 아는데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세력만 외면하고 있다"(한국당 전희경 대변인)고 공세를 높이며 남북관계 파탄 등을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단 북한은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며 과거 ICBM 발사 등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경고'의 목소리와 '상황관리' 입장을 동시에 취한 것은 북한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지난 2년간 쌓아온 남북신뢰를 북한의 저강도 도발로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