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이 심각한데다 이번 결정이 경색국면 해소 목적도 있는 만큼 너무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면 차라리 아니 함 만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대남 비방을 재개하고 급기야 발사체 무력시위까지 한 마당에 온정적이지 만은 않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마냥 지원을 늘릴 수도 없다.
어렵사리 미국의 동의는 얻어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고 북측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는 게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다만 과거 전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정부는 1995년 처음으로 쌀 15만톤을 북한에 지원한 이후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거의 매년 40~50만톤의 쌀이나 옥수수를 북한에 직접 공여했다. 여기에 든 비용은 1500억원 안팎이었다.
직접 전달 외에 국제기구 등을 통한 지원도 2000년대에는 매년 평균 2000만 달러에 달했고, 비료 지원도 같은 시기에 연간 1000억원 안팎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10년래 최악인 점을 감안할 때 과거 수준에 맞추거나 오히려 늘릴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3일 공개한 '북한의 식량 안보' 보고서에서 136만톤의 외부 지원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상태로 평가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기왕에 주는 것이면 (북한이 보기에도) 상당히 후하게 줬다고 할 만큼은 돼야 한다"며 "어느 정도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할 것은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도 "5만톤, 10만톤 정도 주면서 생색내기 식으로 한다면 북한의 자존심만 긁어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시기적 상황과 국민 정서가 과거와는 달라진 만큼 대폭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할 때 대규모 지출은 국회 승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대규모'의 기준이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 등에 부탁하는 게 4~5만톤 수준임을 감안하면 10만톤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지원 방식이나 시기는 규모에 비해 논란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시의적절'하다고 한 판에 굳이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로를 택할 이유는 없다.
물론 북한이 체면과 자존심상 남측의 직접 지원을 불편하게 여길 수는 있다. 하지만 사전 물밑접촉을 통해 우리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북측의 의향을 충분히 타진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80년대 수해 피해를 입은 남측에 구호물품을 보낸 전례가 있듯 상호부조의 동포애를 발휘하는 의미도 크다.
지원 시기도 북한의 보릿고개를 감안해 고려 요인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신속히 집행해야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수혜자가 필요로 할 때 (지원)하는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의 취지는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