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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전선'에 의한 산불…주민들은 '트라우마' ② 삶의 터전까지 휩쓴 산불 피해…안전불감증 '여전' (계속) |
◇산림청, 13년 이후부터 소각행위가 산불 주요 원인 '부상'
송씨는 "다행히 그날은 바람이 안 불어서 망정이었지 바람이 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이 지역(강원 동해안)은 산불이 많이 발생했던 터라 이제는 소각행위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쓰레기나 고춧대, 깨단 등을 태우는 분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산림청은 2013년도 이후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이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에 따르면 소각산불은 최근 10년 동안 133건(31%) 발생했다.
산림청은 주로 소각행위가 이뤄지는 곳은 노년층(70~80대)이 많은 농·산촌 지역으로, 원인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봄철 인위적 제거 곤란, 관행적 소각 등을 꼽았다.
◇거동 불편과 종량제봉투 절약 등…농·산촌지역 소각 '문제'
강릉시 사천면 석교리에서 만난 최모(65)씨는 "도시와 달리 농촌은 음식쓰레기를 한 번 버리려면 100~200m 정도 걸어서 나가야 한다"며 "아무래도 이곳이 농촌이다보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움직이기가 힘들어 쓰레기를 그냥 태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엄모(76. 양양군 현남면)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내다놔야 하는데 움직이기 힘들어 그냥 불로 태우는 분들이 있다"며 "우리도 나이를 먹었지만 노인들은 그게(이동이 힘들어 소각하는 행위) 걱정"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고성군 죽왕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엄모(74) 할머니는 "솔직히 가격이 아까워서 그냥 검정봉지에 쓰레기를 넣어서 태우기도 한다"며 "저는 다른 건 아니고 종이나 휴지 이런 것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 할머니는 바람이 부는 날은 피하는 등 "많이 조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엄 할머니는 "밭두렁이 좀 지저분할 때 정리할 겸 태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병충해 제거를 위해 소각행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장모(84. 강릉시 사천면) 할머니는 "날씨 좋을 때 나뭇가지나 고춧대 같은 것들을 밭에 두고 태운다"며 "특히 고춧대 같은 경우 그냥 놔두면 벌러지(벌레)가 생겨 안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산불위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장 할머니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피한다"며 "농작물을 많이 기르지 않기 때문에 양도 많지 않다"고 답변했다.
◇소각산불은 검거율 높아..."대책만 제대로 세우면 될 것"
이어 "산불 집중감시 활동은 주로 쉬는 날 없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그 외 기간은 5일제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남몰래 소각행위를 하는 분들은 새벽이나 밤에 태우기도 한다"며 "그때는 감시가 어렵고 감시 권한도 없어 그게 제일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각으로 인한 산불은 다른 산불 발생과 달리 주로 80%가 검거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 관심과 의식이 높아지면서 소각행위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소각산불 비중은 30%지만 검거율이 80%로, 원인이 명확히 나올 수 있는 만큼 대책을 제대로 세우면 충분히 산불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