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문의 정치본색]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이용문 기자의 <정치본색-정치의 민낯을 본다>

질1)뉴스픽, 오늘은 이용문의 정치본색시간입니다. 이용문 기자 어서오세요.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표현이군요?

답1)소설 홍길동전에 나오는 얘깁니다. 서자였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도 못함을 한탄했다는 이야기인데, 그제 오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어제 긴급회의에서 지적한 말입니다.

아버지가 분명한데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인데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한다고 빗대어 정부를 공격한 것이죠.

질문2)국방부가 왜 이런 비판을 받게 된 건가요?

답2)합참이 발표를 번복했기 때문인데요. 먼저 북한이 방사포 등을 쏜 것은 지난 4일 그제 오전 9시 6분이었습니다.

합참은 이로부터 18분 뒤인 9시 24분에 ‘북한이 호도반도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호도반도는 북한 원산 동북쪽에 있는 길쭉한 반도인데 북한이 여기서 방사포 등을 쏜지 20분도 안돼서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발사사실을 즉각 밝혔습니다.

북한의 발사 움직임을 알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겠죠. 여기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질3)그런데 문제가 뭔가요?

답3) 그런데 합참은 이 발표로부터 41분 지난 10시 5분에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수발 발사했다’ 이렇게 정정했죠. 핵심은 ‘미사일을 쐈다’에서 ‘발사체를 쐈다“ 이렇게 된겁니다.

그리고 오후 4시쯤에는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고도가 낮고 거리가 짧아서 미사일일 가능성은 낮다’ 이렇게 보고했습니다.

200km 넘게 날아간 것의 정체를 두고 합참이 처음에는 미사일 이라고 했다가 곧 발사체로 정정하고 국정원은 미사일일 가능성은 낮다 이렇게 판단한 겁니다.

질4)그러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도 못하고’라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겁니까?

답4)자유한국당에 북핵외교안보특위라는 위원회가 있는데 원내대표를 지낸 원유철 의원이 위원장으로 돼 있습니다. 이 특위 회의가 어제 오후 3시에 있었는데요.

원유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합참의 발표번복을 두고 “현대판 홍길동전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의 도발 직후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분 뒤에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 위원장은 “발사사진을 본 전문가들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는 탄도미사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을 미사일로 부르지 못하고 발사체로 변형해 부르는 기막힌 현실”이라고 개탄했습니다.


질5)이 자리에 황교안 대표도 참석했던 모양이군요?

답5)황 대표는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 “규탄한다는 말 한마디도 못 꺼내고 있다. NSC도 열지 않고, 무려 6시간 25분이나 지난 후에야 첫 반응을 내놓았다”면서 “심지어 이런 와중에 대화를 기대한단 말까지 했는데, 지금이 북한에 기대한단 소리 할 때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황 대표는 이어 “북한이 방사포와 탄도미사일 섞어 발사한 전례도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 있지 않나 의심된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금지를 전면 위반한 것이고 정치적 요인에 의해 발표를 정정하고 위협을 축소한 것이라면 그 책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질6)국방부로서도 할말은 있을텐데, 뭐라고 합니까?

답6)국방부는 북한이 240mm 방사포와 이보다 구경과 사거리가 더 큰 300mm 방사포, 그리고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는 입장입니다.

그제 첫 발표때 미사일이라고 한 것은 이 전술유도무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구요. 약 40분 뒤 발사체로 바꾼 이유는 이것 외에 여러 종류의 방사포가 함께 발사됐기 때문에 이를 포괄할 수 있는 ‘발사체’로 표현했다는 것이 국방부 설명입니다.

또 어제 나온 전술유도무기라는 표현은 이른바 대륙간탄도탄으로 불리는 전략유도무기 ICBM과는 달리 사거리도 짧고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규모도 작은 유도무기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질7)이 발사체의 정체를 두고 한미 당국이 정밀분석중이라구요?

답7)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국방부 입장을 들어봤는데요. 발사체의 정체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궤적이나 고도,각도, 목표물을 타격하는 부분,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보면 지난해 2월 8일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신형 단거리 발사체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고 또 실제 발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판단에 좀 시간이 걸린다는게 국방부 입장입니다.

질8)그런데 이런 국방부의 설명을 두고는 좀 빈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왜 그런겁니까?

답8)앞서 한국당이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만 이번에 발사된 것이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디르로 불리우는 것이라면 상황은 상당히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기술을 도입한 이스칸데르의 북한버전이 맞다면 이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에 해당하고 이럴 경우에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이럴 경우 유엔이 새로운 제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온 한반도비핵화 프로세스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태의 악화를 우려한 국방부가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발사체로, 또 전술유도무기로 명칭을 바꿨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질9)한미정상회담 이후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해둔 청와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겠어요?

답9)그렇습니다. 청와대는 어제 이번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상황관리에는 들어갔지만 국방부 발표 외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상황을 보는 청와대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입니다.

문 대통령이 강원도 산불피해지역 어린이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어린이날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고 NSC회의 대신 관계부처 장관회의 등으로 갈음한 것 역시 상황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해석하지 않기 위한 청와대의 고민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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