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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오수정> 사학비리, 이젠 지겨울 만도 한데요. 징계 받을 사람들은 징계 받고, 학교는 정상화가 되고 있을까요? 오히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건 아닐지, 저희 심층취재팀이 드러난 사학비리의 이후를 짚어봤습니다. 먼저 앞서 보도된 뉴스의 한 토막부터 들어보시죠.
[녹취: 뉴스 멘트]
"서울시교육청은 중랑구의 한 특성화고 감사결과 교사채용과 학교운영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학교장 파면을 비롯해 교직원 15명 징계를 학교법인에 요구했습니다."
"교장과 교직원 두 명은 지난해 말 해외 연수 답사를 명목으로 나흘간 필리핀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요트관광을 하고 마사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김현정>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학교 돈으로 교장과 교직원이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났다는 거죠?
◇ 김현정> 그런 비리가 적발돼 다 징계를 받지 않았어요?
◆ 오수정>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로 비리가 적발돼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징계위원회를 열었는데, 결정된 처벌 수위는 교육청이 요구한 것보다 대부분 낮았습니다. 그나마 송곡관광고 교장의 경우, 가장 무거운 파면 요구가 받아들여졌어요. 그런데 취재 결과 이 교장마저 학교로 돌아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취재해 봤습니다.
◇ 김현정> 오늘 훅뉴스 주제, 비리로 파면을 당하고도 돌아온 교장이 돌아왔다? 언제 돌아왔어요?
◆ 오수정> 그제, 5월 1일자로 돌아왔습니다.
◇ 김현정> 교육청의 요구에 파면까지 됐으면 사실 교장의 비리가 상당했다는 얘길텐데. 어떻게 돌아오게 됐는가. 우선 교장이 비리가 뭐였는지부터 보죠.
◆ 오수정> 적발된 비리가 11가지입니다. 학교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학생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교장실 가구를 구입하고도 동아리방 시설개선을 했다고 허위보고 하기도 했습니다. 공금을 쌈짓돈처럼 쓴 사례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익명의 내부고발자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송곡학원 내부고발자]
"교사 몇 십명이 가서 저녁 먹는다고 기록했지만 사실은 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설립자들 중심으로 가족들에게 대접을 한 거였는데 그 때 '할머니 생일이었다더라' 뭐 이런 얘기도 있고 그런 식인데, 그 돈들이 대개 구청이나 시청에서 내려오는 돈들. 그걸 완전히 자기 돈처럼 쓰고..."
◇ 김현정> 구청이나 시청에서 내려오는 사업비로 학교 설립자 가족들 식사 대접을 했다는 거네요?
◆ 오수정> 네. 그러고도 서류상으로는 회의를 했다, 연수를 했다고 꾸며 썼다고 합니다. 이밖에 채용 과정을 멋대로 바꿔 자기 제자를 교사로 앉히기도 했고, 학생들을 수업에서 빼서 행사 도우미로 동원한 일도 있습니다.
◇ 김현정> 파면당할 만하네요. 이런 일들이 다 입증됐다는 거잖아요?
◆ 오수정> 2년 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다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 박모 교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 은폐를 요구했다고 해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게 된 학교 관계자들에게 '나는 아는 바 없다, 죽을 것 같다' 이렇게 딱 잡아떼라고 시켰다는 겁니다. 저희가 당시의 녹음 파일을 입수했는데, 전 교장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박OO, 송곡학원 전 교장]
"제가 죽고 싶습니다. 딱 그렇게 아주 강하게 나가. 죽는다는데, 자살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나긋나긋하게 얘기해 화낼 것도 없어. '이걸 쓰라는 건 제가 죽을 것 같습니다. 안돼요.' 안 그러면, 아주 죽을 지경 얼굴을 하고 들어가서 쌩쇼를 해야지. 그리고 딱 빠져나가. 그거 절대로 쓰면 안 돼. 다 죽는 거야. 알겠지? 당신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어. '교장 선생님 잘 모르실 거다... 모르겠다, 잘 모르실 거 같다.' 물어보면 얘기해야 돼."
◇ 김현정> 몰래 녹음을 한 거기 때문에 음질이 아주 좋지는 않아요. 뭐라고 한 거냐면 교장이 '아주 죽을지경 얼굴을 하고 들어가서 쌩쇼를 해야지. 그리고 딱 빠져나가. 다 죽는 거야 알지? 당신도 죽고 나도 죽어' 이런 거예요?
◇ 김현정> 이런 것들이 다 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나서 파면까지 되고 교장도 받아들였고. 다 마무리가 된 일아닙니까? 그런데 그 교장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어요?
◆ 오수정> 교장이던 박씨는 징계처분이 적절한지 심사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을 철회해달라는 요청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 김현정> 거기서도 요청을 거절했다? 그럼 파면 결정이 문제 없다는 거잖아요.
◆ 오수정> 이렇게 상황이 일단락됐겠거니 생각했는데, 뜻밖의 법원 결정이 나옵니다.
◇ 김현정> 행정당국도 다 파면이 적법하다고 했는데, 법원은 교장의 손을 들어줬어요?
◆ 오수정> 박씨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거예요. 파면 처분을 없었던 걸로 해달라고요. 교육청은 이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고 전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는데,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법인과 개인 간의 소송이기 때문에 그런 보고가 들어오지 않아요. 소송을 진행할 때, 감독청의 의견을 받는 게 아니라서. 법인과 개인의 소송이어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알지 못했어요. 소송 관련은 보고가 들어오거나 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 소송을 통해 교장 박씨가 파면 처분을 없었던 일로 돌려놨다는 거잖아요. 열개도 넘는 비리를 저지른 박씨한테 법원이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 오수정> 저희가 판결문을 입수해 보니, 사실 법원은 11가지 비리 항목 모두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만큼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는 게 맞다고도 했어요. 다만 파면이라는 게 너무 과하다고 한 겁니다.
◇ 김현정> 중징계를 받을 정도의 비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파면까지 당할 정도는 아니다?
◆ 오수정> 재판부는 박씨가 학교에 공로가 있다, 당사자가 반성하고 있다, 이런 점을 참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재판부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건, 학교의 태도였습니다.
이 재판이 잘잘못을 따져서 벌을 주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양쪽에 결론을 내리는 민사재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싸움의 당사자 양측이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재판부는 당연히 그 입장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게 되죠.
◇ 김현정> 박씨를 파면한 학교가, 파면을 거둬달라고 요구한 박씨와 입장이 같다고요? 학교는 파면이 옳다, 이렇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김현정> 학교가 박씨를 내칠 의지가 애초 없었다는 건, 그간 학교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인데... 법원이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서 판결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오수정> 일반인의 상식에선 그런데요. 재판정에선 '처분권주의'에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어려운 말인데요, 쉽게 말해서 원고와 피고의 주장만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즉 박씨와 학교 측 주장만을 근거로 결론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서울시교육청 법률고문으로 있는 주영달 변호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주영달 변호사]
"판사님은 그냥 심판이거든요. 권투경기하면 '너희 두 선수 싸워봐라' 하고 지켜만 보는 게 민사거든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자료 있으니까 그거 내봐라' 이렇게 하지를 못하고, 법원에서 어느 쪽에다가 이 자료를 내봐라 하는 순간 '도와주고 있네?' 이렇게 되니까."
◇ 김현정> 결과적으로 법원은 교장 박씨의 변명만 듣고 판결을 한 셈인데, 이런 식으로 학교하고 비리 교육자가 담합하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 오수정> 교육청의 감사 결과도 휴지 조각이 되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도 의미가 없게 되죠.
◇ 김현정> 그래서 결국 비리를 저지른 교장 박씨도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네요?
◆ 오수정> 파면 결정이 철회된 뒤 학교는 정직 3개월로 처벌 수위를 낮춘 징계를 다시 내렸습니다. 이제 그 징계 기간이 끝나면서 5월 1일자로 학교에 돌아온 것이죠. 비리가 적발돼 학교를 떠나 있는 동안 못 받았던 급여도 모두 돌려받았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박씨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박OO, 송곡학원 전 교장]
(예전 사건들이 일단락된 상태인가요?)
"네, 제가 법적으로 다 승리했죠. 학교를 상대로 민사했지만 이거는 학교는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학교는 배제시키고 '우리(법원)는 교육청을 상대로 해서 너를 처분하겠다' 이렇게 나와요. 그런 식으로 표현이 나와요. 제가 민사 가처분에서도 이겼고 본원에서도 이겼기 때문에..."
◇ 김현정> 송곡학원은 사학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지탄을 받았는데, 결국 이렇게 유야무야 끝나는 거네요.
◆ 오수정> 사실 송곡학원은 유은혜 현 교육부 장관의 모교로도 유명해요. 유은혜 장관이 송곡여고 2학년 재학 시절, 학교의 비리와 족벌 경영에 항의하기 위해 등교 거부를 주도하기도 했거든요.
◇ 김현정> 이 얘기는 학교의 문제가 그만큼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는 거네요?
◆ 오수정> 현재도 설립자의 가족과 친인척 15명이 학교 요직에 있으면서 학교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렇게 문제가 일단락되는 건가 싶어서 허탈해 하고 있다 하네요. 그 사이에 문제제기를 했던 교사들은 학교를 떠나기도 했고요. 송곡학원 한 교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OOO, 송곡학원 교사]
"다 망연자실입니다. 이게 뭔 일이냐, 잘 될 줄 알았는데... 지금 형사소송중인데 다음달에 한 번 더 있거든요, 공판이. 그 결과를 교육청도 기다리고 있다는데, 저희도 무기력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무기력하다는 말이 뇌리에 남네요.
◆ 오수정> 앞서 들으신 것처럼, 비리로 파면됐다가 학교로 돌아온 박씨를 상대로는 아직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기는 합니다.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학교와 비리 당사자만 결탁하면 징계도 피할 수 있는,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메워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 편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알려진 셈이기도 해서 걱정도 되는데요. 그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 같네요.
◆ 오수정> 송곡학원의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온 장인홍 서울시의원은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들어보시죠.
[녹취: 장인홍 서울시의원]
"이렇게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소송을 통해 복귀하게 되면 유사한 사례가 있는 다른 사학에도 어떤 신호가 돼서, 계속적으로 그러한 문제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커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그 맹점 때문에 이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교육청의 감사 결과도 무력화하는 그 우회로를 막고, 제2의 송곡학원 같은 곳이 더 나오지 않도록 제도가 시급히 정비돼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