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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당이 외친 '독재타도'…세상 참 우습다" <계속> |
"우리 사회에서 독재는 흔히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군사독재정권을 일컫는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전신 아닌가. 독재 타도를 위해 젊은 시절을 바치고, 심지어 가족을 잃은 국민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거꾸로 '독재 타도'를 외치니 세상이 참 우습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다만 자유한국당도 입장은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언제나 우파 세계만 접하면서 머릿속에 고착된 한국 사회 구도가 있을 것"이라며 "이제 전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개혁이 이뤄지다보니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좌파 독재'로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명은 "여하튼 (자유한국당의 '독재 타도' 구호는) 너무나 큰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아주 익숙하지만 낯선 단어"라고 꼬집었다.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불거진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자 김진명은 "우선 자유한국당의 잘못이 크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은 나머지 4당이 의안 발의를 처음 얘기했을 때부터 진지하게 임했어야 한다. 이를 상당히 무시해 왔기 때문에 나머지 당들이 뭉쳐서 올라온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 공수처법도 원래 취지에서 많이 후퇴했다. 자유한국당이 원천적으로 안 되게 한 탓에 원래 법 취지에서 자꾸 구부러진 것이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상당히 대처를 잘못해 왔다"며 "본래 국회는 모든 것을 토론하는 곳인데 당리당략과 같은 관행에 따라 이를 무시해 버린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당들이 이러한 관행을 깨고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해 오던 법과 제도를 갑자기 확 바꿔버리는 것이 옳으냐'는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다만 그러한 것을 애초부터 여러 당들과 의논했어야 한다. 경기 규칙을 바꾸는 것인 만큼 선수로 뛰는 사람들이 사전에 이러이러한 위험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충분히 토론했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은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잖나."
김진명은 "이번에 여당과 야 3당이 힘을 합쳐서 판을 뒤집은 셈"이라며 "근원적으로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토론 등에 더 섬세하고 세심하게 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입신양명에 기댄 한국당 의원들, 정치 본질 식견 깊지 못해"
"기본적으로 자유한국당은 크게 바뀌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소 사회 문제를 굉장히 깊이 느끼고, 그 현장에 뛰어들어 투쟁하고 저항한 경력이 많다. 늘 사람들을 만나 토론한 덕에 현안 하나하나에 굉장히 강하다. 정치에 스스로를 던져서 훈련하고 단련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장관을 거치는 등 입신양명으로 정치에 진출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김진명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뚜렷한 당의 이념이라든지, 어떤 방향으로 당과 당원들을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선명도가 많이 약하다. 어떤 면에서는 오랜 기간 집권해 왔지만, 정치의 본질에 대해서는 식견이 깊지 못하다는 약점을 지닌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봤듯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당이 그것을 대신할 수 있었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고 당이 쪼개지기까지 했다. 색깔이나 이념 등에 대한 발전을 가져가지 못하는 점이 자유한국당의 큰 문제다."
지난 2월 말 치러진 당 대표 선거 과정 등에서도 확인됐듯이 자유한국당의 지나친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진명은 "현재 자유한국당의 주 당원성은 어쩔 수 없이 우경화·보수화 돼 있다"며 분석을 이어갔다.
"그러한 성향의 당원들로부터 표를 얻어야 당 대표도 되고, 최고위원도 되니 현재 자유한국당이 그 틀에서 근원적으로 벗어나기는 대단히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자유한국당의 큰 숙제 가운데 하나는 당원 자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그는 "혁신적인 사람들, 개혁적인 사람들, 중도는 물론 심지어 좌쪽으로 어느 정도 열린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당원제도에 대한 연구가 자유한국당에게는 굉장히 절실한 상황"이라며 "그것이 안 되는 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상당한 우경·보수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이 '진보의 길' 제대로 걸으면 한국당은 존재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원들이 지닌 주된 가치관은 여전히 '반공' '친미' '시장경제'다. 한국은 지금 이것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사회다. 제품이 고급화 되면서 자본이 몰려야 돈을 벌게 되고, 로봇·AI 등으로 자동화 되면서 직업 갖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결국 시장경제에만 맡기면 공정성이 크게 무너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으로 치닫게 되는 셈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데도 시장경제에만 의지하는 현실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당위성이 있다"며 분석을 이어갔다.
"그 의도는 굉장히 훌륭하고 정부는 앞으로도 분명히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물론 문재인 정권이 그것을 매끈하게 해내면 좋은데,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경제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의를 지닌 정부가 능수능란한 경험까지 갖출 때 옳은 나라가 될 것이다."
김진명은 "지금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 구태의연한, 그러니까 50, 60년 전부터 시작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보수라는 틀 자체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올바른 보수의 길을 찾지 못하고 너무 갇혀 있다는 데 자유한국당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바른 보수는 결국 올바른 진보와 통하는 만큼 자유한국당은 그쪽으로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다만 자유한국당이 왜 계속 잘못된 보수의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 그 길을 걷는 데는 그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에 가능하다. 그러한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반성도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이 진보의 길을 제대로 걸으면서, 국민들에게 원래 약속했던 대로 '새로운 사회로 가는구나'라는 기대와 함께 현실의 삶도 보듬어 주면 자유한국당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김진명은 "자유한국당이 점점 우경화 됨에도 불구하고 힘이 모이고 지지율도 오르는 현실에서 민주당은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을 질타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기에 저들이 세를 키워 가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열린 시각이 민주당에게 굉장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