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위협하는 '우리'…롯데카드 인수전 승리하나

유력 후보 하나금융, MBK 쪽 우리은행 참여에 '경쟁력 희석'
롯데, 실질적 경영권 유지 위해 MBK·우리은행 선택 가능성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자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인수전에서 독주가 예상됐던 하나금융의 기세가 꺾인 양상이다. 사모펀드 MBK와 연합한 우리은행이 판도를 뒤바꾸면서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중 롯데카드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 대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롯데지주의 롯데카드 지분 93.78% 전량을 1조5000억원대 가격에 매각하거나, 지분 20~30%는 남기고 나머지만 매각하는 방안이 롯데 측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입찰에는 하나금융 및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3곳이 응찰했다. 이 가운데 롯데카드를 실질적으로 경영할 대상자는 하나금융이 유일했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시 기존 카드 자회사 하나카드와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규모 업계 5위, 시장점유율 6위인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하나금융의 카드사업은 자산순위 3위, 시장점유율 2위로 도약한다.

'증자없이 1조원 정도 준비돼 있다'던 입장을 감안하면, 하나금융은 지분 전량이 아니라 경영권을 확보할 만큼만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롯데 측이 일정 지분을 유지하는 만큼, '투자자'로서 롯데 측이 하나금융과 '유통+금융'의 전략적 제휴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MBK 측이 우리은행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면서 판도가 바뀌게 됐다. 꼭 하나금융이 아니어도 매각·매수 양측 간 '윈윈'이 가능한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차원은 아니지만 우리금융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롯데카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경우에도 우리금융과 롯데그룹 간 시너지는 동일하다. 우리금융 쪽에 롯데카드가 편입되면 우리금융의 카드 사업도 자산순위 3위, 시장점유율 2위가 된다.

또 MBK컨소시엄은 MBK가 60%, 우리은행이 20% 등 롯데카드 지분 80%만 인수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20%가 롯데그룹에 남는 만큼, 롯데 측도 우리금융 쪽과 제휴를 통해 사업 확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비전문가인 대주주 MBK 대신 롯데카드가 기존대로 실질적 경영을 할 가능성도 크다.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일정지분 확보 뒤 추후 인수한다'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방침대로라면 향후 우리금융이 롯데카드의 경영권 최종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롯데 측은 그때까지 우리금융과 우호적 환경도 갖춰나갈 수 있다.

이에 따라 MBK·우리은행 측이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지분 70%를 가지면 롯데카드를 확실히 장악하지만, 거꾸로 MBK에 넘어가면 우리은행이 20% 지분으로 롯데카드를 어떻게 할 수 없다"며 "롯데카드로서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비즈니스 기회를 더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