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섯달 조사하고도 KT 아현 화재 원인 못 밝혀

"화재 지점 밝혀지지 않아 원인 특정 어려워"
방화·실화 흔적 찾지 못해…"가능성 낮아"
일부 직원 통신구 관리 소홀 밝혀져
화재 원인 연관성 적어 형사처벌 안 하기로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불은 방화나 실화로 보기 어렵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담 수사팀을 꾸려 5개월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음에도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한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심한 연소변형으로 구체적인 발화 지점을 특정할 수 없어 불이 난 원인도 밝힐 수 없었다"라면서 "KT 아현지사 화재에 대한 내사를 종결할 방침이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24일 KT 아현지사 화재 발생 이후 전담수사팀(수사관 13명)을 꾸려 최근까지 5개월가량 화재 원인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다. 최초 신고자와 KT 관계자 등 25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지만 원인은 밝히지 못했고, 형사처벌 대상도 없다는 결론을 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은 KT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최근 소방당국이 밝힌 원인 조사 보고서에서는 통신구 내 환풍기 제어반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화재 지점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통신구 내부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통신구가 너무 심하게 불에 타 변형됐다. 구체적인 원인과 지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신구 안에서 담배꽁초나 휘발유 등 발화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일부 직원의 근무 태만을 발견했다. 통신구에서 케이블 관련 작업이 벌어질때 담당 부서 관계자가 동행해 참관하도록 돼 있지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화재 전날에도 케이블 설치 작업이 있었는데, 제대로 참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통신구 화재현장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경찰은 화재 원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판단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케이블 담당 부서 관계자 1명의 관리 부실이 조사됐지만 입건은 하지 않았다. 정확한 화재 지점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근무 태만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처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KT 아현지사는 2015년 원효지사랑 통합하면서 감독 행정관청의 관리를 받는 C등급 시설이 됐지만, 불이 나기 전까지 D등급으로 자체 관리된 점도 이번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사고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정명령을 내렸고, 지난해 12월5일에야 상향 조정됐다.

지하 통신구에 CCTV가 설치되지 않고, 스프링쿨러 등 소화 시설이 미비한 점도 지적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었다면 큰 불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런 점을 시정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KT에 통보할 게획이다"고 밝혔다.

KT 아현지사 화재는 지난해 11월24일 오전 11시14분쯤 발생해 약 10시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당시 서울 중구와 마포, 서대문구 일대 통신과 금융이 일시에 마비됐다. 재산피해도 469억원 (KT 추산)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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