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널문리'에서 평화의 상징된 '판문점'…평화의 길 1년

김 위원장 "지금 넘어가볼까요?" 전세계 외신들도 놀란 깜짝 이벤트
김 위원장 "새벽잠 설치지 않도록 확인하겠다" 달라진 남북관계 실감
문 대통령 "판문점 시작으로 평양, 서울, 제주, 백두산으로 만남 이어졌으면"
평양냉면 소개하며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폭소
전세계가 놀란 평화의 새소리 도보다리 산책 회담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선언 등 역사적 판문점 선언
전세계에서 모여든 3000여명 기자들, 울고 웃으며 하나 돼

65년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던 한반도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냉전의 산물인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남북 정상의 결단이 판문점 정상회담을 만들어냈다.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남북정상회담 4차 이행추진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 경계를 넘어서며 맞잡은 손은 그것 자체로 평화의 상징이 되어 우리 국민과 전세계에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CBS노컷뉴스는 불신과 적대로 점철됐던 한반도 시계를 신뢰와 평화로 바꿔놓은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당시 감동적이었던 10개 장면을 선정해 시간대별로 재조명한다.

◇ 11년만에 맞잡은 남북 정상의 손…문 대통령 10초간 깜짝 월북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8분.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건물인 판문각에서 문을 열어 젖히고 나왔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참모들, 호위총국 군인들의 경호를 받으며 군사분계선 부근으로 빠르게 내려왔다.

오전 9시 29분. 판문점 남측 건물인 자유의 집 앞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웃으며 맞았다. 남북 정상이 드디어 역사적인 '첫 악수'를 나눴다.

"반갑습니다"(김정은 국무위원장), "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문재인 대통령)
남북 정상은 두 손을 마주잡고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정상회담 의전을 담당한 남북 실무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께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북측에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하면서 손을 이끌었고, 문 대통령의 '깜짝 체류'가 이뤄졌다.

65년간의 장막을 걷고 1분 사이에 남북 정상이 남측과 북측 그리고 다시 남측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에 전세계 기자들도 감탄사를 쏟아냈다. '한반도의 봄'을 취재하기 위해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 몰려든 30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해당 장면에서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일부 외신기자는 반세기 넘게 이어온 전쟁이 상흔이 당장이라도 어루만져지는 듯한 느낌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이 장면이 생중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 위원장 "새벽잠 설치지 않도록 확인하겠다"

오전 9시 42분.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 도착한 남북 정상은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앞서 사전 환담을 가졌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화해 분위기를 반영하듯 가벼운 말로 서로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먼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 잠을 많이 설쳤다고 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2017년 한 해를 되돌아보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테니 안심해도 된다는 농담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북자', '연평도' 포격 등 북측 입장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는 단어들이 김 위원장 입에서 쏟아지며 달라진 남북관계를 실감하게 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고, 이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 많은 주민들이 환송을 해 줬다. 그만큼 오늘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달 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북한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했던 김여정 부부장에 대한 친근감을 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말에 남북 실무진 모두 큰 소리로 웃었다.

◇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정상회담 시종일관 화기애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11시 55분까지 약 100분간 진행됐다. 남북 정상은 허심탄회한 속마음을 교환하기 위해 비공개회담으로 전환했지만 모두발언에 이어 회담 말미 상황을 남북 취재진에게 전격 공개하며 회담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 정상은 회담장에 동시에 입장한 뒤 악수를 하고 단상에서 금강산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박수를 유도하자 김 위원장은 "악수만 가지고 박수를 받으니까 쑥스럽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김 위원장은 "관례가 달라지는 거예요. 원래 북남은 전통적으로 회담장에서 악수를 했단 말이에요"라며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취재기자들을 둘러보며 여유있는 농담도 던졌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멀리서부터 가져온 평양냉면을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면서 "아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말해 재차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오늘 우리 대화도 통 크게 대화 나누자"고 언급하자 김 위원장은 활짝 웃었다. 남북 정상은 서로의 모두 발언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표했다.

오전 정상회담이 끝나갈 무렵 당초 비공개로 전환됐던 회담이 이례적으로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내가 말씀드리자면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북한) 도로라는 것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하다"면서 "제가 오늘 내려와보니 이제 (문 대통령이)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라고 농담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지요"라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 평양초청 의사가 이날 전달됐고 교통편을 논의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판문점 정상회담 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공식 초청으로 같은해 9월18일 2박3일 일정으로 평양과 백두산을 찾아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 전세계가 들은 아름다운 새 소리…리얼타임 도보다리 회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후에 다시 만나 공동식수(植樹) 행사를 마친 뒤 오후 4시36분부터 판문점 군사분계선 주변의 '도보다리'(Foot bridge)에서 약 40분간 배석자 없는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유엔사 정전위원회가 사용했던 도보다리는 전후 냉전의 상징이었지만 이날만큼은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언어가 통하는 남북 정상인 만큼 통역이나 실무진 배석자 없이 단 둘이서 한반도 비핵화와 이후 북한의 경제발전상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두 손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의견도 피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화 육성도 없이 먼 곳에서 카메라에 잡힌 두 사람의 모습은 군사분계선 인근 새소리와 함께 전세계로 실시간 타전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한반도 주변 강국 정상들은 물론 전세계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전쟁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30분 넘게 생중계되면서 판문점 정상회담 최고의 백미로 꼽혔다.

◇ 남북 정상, 핵 없는 한반도에 통큰 합의

남북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핵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이산가족 상봉 등을 담은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 또 판문점 선언문 공동발표 형식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이날 회담의 의미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시대가 열릴 것이란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북이 먼저 취한 핵 동결 조치들은 대단히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다.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과 북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확립하겠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며 국제 질서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다시 한 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판문점 선언'에 서명했다"며 "무엇보다 온 겨레가 전쟁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하고 실천적 대책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또 "전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수표한 이 합의가 역대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우리 두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긴밀히 소통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아울러 "오늘 내가 다녀간 이 길로 북남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고 우리가 서 있는 가슴 아픈 판문점도 평화의 상징이 된다면 북남은 본래대로 하나가 돼 끝없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北, 정상국가로 컴백…리설주 등장 "전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이날 회담 내내 관심을 모았던 것 가운데 하나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만찬행사 참석 여부였다. "리설주 여사가 만찬에 참석하냐"는 남측 취재진의 질문에 북측 기자들은 "김정숙 여사는 오시냐"고 되물으며 숨바꼭질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리 여사의 참석 사실이 우리측에 통보됐고, 오후 6시 17분쯤 리 여사가 평화의 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리 여사는 문 대통령과 처음 만나 "남편이 대통령님과 함께 진실하고 좋은 이야기도 나누고, 회담도 잘 됐다고 해서 기뻤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북측 퍼스트레이디의 첫 남측 행사 데뷔였다. 리 여사를 처음 만난 사람은 김정숙 여사였다.

김 여사는 판문점 내 '도보다리'를 산책을 얘기거리로 꺼내 "두 분이 걷는 모습을 오면서 봤다, 얼마나 평화롭던지, 무슨 말씀이 오갔는지"라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 이에 리 여사는 "이번에 (정상회담을) 평화의 집에서 하는데, 여사께서 자고 새벽까지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부끄러웠다, 저는 아무 것도 한 것 없이 왔는데"라며 겸손을 보였다.

◇ 서로 술 권하며 마침내 찾아온 한반도의 봄 자축

'판문점 선언' 서명과 공동언론발표 뒤 평화의 집 3층에서 열린 환영만찬장에는 남북 정상 내외는 물론 주요 수행원들이 모여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됐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우리는 암흑 같았고 악몽 같던 북남 사이의 얼어붙은 긴긴 겨울과 영영 이별한다고 선고했으며 따뜻한 봄의 시작을 온 세상에 알렸다" 화답했다.

만찬 초반에는 남측의 해금과 북측의 옥류금이 '반갑습니다'를 합주하며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이어 제주의 초등학생 오연준군이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동요 '고향의 봄'을 불렀다. 김 위원장은 지긋히 오군을 바라보며 옆에 앉은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고,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부부장은 오군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건배사로 "자유롭게 오고 갈 그날을 위하여"라고 외쳤고, 김 위원장은 "감개무량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순간"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만찬에는 평양에서 공수된 평양냉명이 단연 최고의 화재였다. 북측 요리사들은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가져온 제면기로 면을 뽑은 뒤 육수를 부어, 면이 퍼지기 전에 남측 인사들에게 내놓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김여정 부부장은 술병을 들고 남측 인사들에게 술을 따라주면서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만찬에 참석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 같이 건배하면서 김 위원장, 문 대통령이 술을 권했다"며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 예정시간 보다 늦게 만찬이 끝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에서 열린 환송 공연이 끝난 뒤 떠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아리랑, 나의 살던 고향으로 하나 된 남과 북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첫 만남은 만찬 뒤 이어진 환송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만찬이 늦어져 예정보다 40분 늦은 이날 오후 9시10분. 김 위원장 내외를 북으로 보내는 환송행사가 시작됐다. 빔프로젝트를 평화의 집 건물 외관에 쏘아 화려한 영상쇼가 시작됐고, 아쟁 등 국악기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아리랑과 새야 새야 파랑새야, 나의 살던 고향을 등이 연주됐다.

영상은 이날 오전부터 있었던 주요 장면들을 재생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만남부터 전통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판문점 공동선언 서명식 등이 나올 때마다 두 정상은 얼굴을 서로 보며 활짝 웃었다. 환송행사가 끝난 뒤 차에 오른 김 위원장은 "또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리설주 여사도 "또 만나겠습니다"라며 문 대통령 내외에게 인사했다.

◇ 연장자 문 대통령에게 깍뜻한 예 갖춘 김 위원장

판문점 회담 내내 북측의 비핵화 의사를 재확인하고 미국과의 협상 의사를 밝힌 김 위원장은 연장자인 문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북측 철도 상황이 좋지 않음을 자인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을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KTX 열차가 빠르고 편했다고 하더라"고 언급하며 남측 교통 기반시설에 대한 부러움도 표하는 등 솔직함도 드러냈다.

도보다리 산책 때는 폭 1미터 남짓한 좁은 길에서 김 위원장이 오른쪽 발을 도보 밖으로 내딛는 등 연장자인 문 대통령을 배려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 만찬을 마치고 평화의 집에 설치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 부인 리설주 여사가 엘레베이터에 먼저 오르려 하자 가만히 손을 잡아 끌며 문 대통령 내외가 먼저 탑승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연장자 문 대통령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취재진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타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전세계 기자 3000여명, 정상회담 취재에 감동

판문점 정상회담 소식을 타전하기 위해 모여든 전세계 기자 3000여명은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 집결해 한순간 한순간을 카메라와 기사에 담았다. 내외신 기자들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각국 신문사와 방송사에 긴급 소식을 타전했다. 판문점에 급파된 풀기자(대표 취재단)들이 보내오는 화면과 사진, 텍스트 하나 하나를 숨죽여 지켜보다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했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압권인 순간은 이날 오전 9시 28분쯤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지역인 판문각을 나와 군사분계선으로 성큼성큼 걸어올 때였다. 전세계 기자들은 노트북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둬 프레스센터 정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 장면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가장 먼저 큰 박수와 환호가 터진 건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을 때다.

잠시 말을 나누던 남북 정상이 갑자기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과 북을 오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프레스센터는 큰 박수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일부 기자들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 정상들이 평화의 길목에 접어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개인 휴대폰을 꺼내 사진찍기에 바빴다.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취재진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위해 평화의 집에 들어가 민정기 화백의 산수화 '북한산'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순간에도 폭소가 터졌다. 현장에서 북측 카메라 기자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사진을 찍으면서 두 정상의 모습을 가렸고, 해당 기자 엉덩이만 보이는 상황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서 기자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멀리서 온 평양냉면, 아 멀다고 얘기하면 안되갔구나"라는 발언, 식수행사 직전 북측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을 태운 벤츠 차량을 에워싸고 빠르게 달리는 모습 등이 프레스센터 대형화면에 송출되면서 웃음바다가 됐다.

남북 정상이 오전, 오후 회담을 마치고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공동선언문 발표장에 서서 가벼운 포옹을 나누며 '핵없는 한반도'를 선언하자,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전세계 기자들은 힘찬 박수를 쏟아냈다. 이날 킨텍스 프레스센터에는 판문점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 37개국 374개 매체에서 3000여명의 취재진이 모여드는 등 단연 '역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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