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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사실 이번 사건이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는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을 때, 김 기자가 물증에 대한 첫 보도를 뉴스쇼 통해서 했죠. "경찰이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물증을 잡았다"는 단독 보도를 했어요?
◆ 김정훈> 디지털 포렌식 수사로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했죠. 그게 지난해 10월이었는데, 그때 경찰은 전 교무부장 쌍둥이 딸들의 휴대전화에서 영어 과목 서술형 문제에 대한 정답이 메모 형태로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김현정> 제가 그 보도할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나요. 어떤 메모가 나왔냐면 ‘are given over to parking lots rather than to birds and trees’였어요. 시험공부 하려고 적어놓을 수 있죠. 휴대폰에 적을 수 있는데 주어가 생략된 채 적어놓는 건 흔하지 않지 않습니까. We라든지 뭐라도 있어야 하는데 are given to. 누가 봐도 어색한 이 문장을 적어놨던 겁니다. 이 부분이 시험에 나왔던 거죠?
◆ 김정훈>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었고요. 그 외에도 시험지에 정답 글씨가 깨알같이 작게 죽 적혀 있던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 김현정> 경찰은 답을 달달 외웠다가 시험지를 받자마자 옆에 적은 것이라 보는 거죠?
◆ 김정훈> 그렇습니다. 또 물리 과목의 경우 복잡한 계산 흔적 없이 덜렁 정답만 적어놓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모의고사나 학원 시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은데 유독 학교의 중간, 기말고사에서만 전교 1등을 한다는 점이 의심을 키웠습니다.
◇ 김현정>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겁니다. 기소가 됐고 재판에 넘겨진 건데 문제는, 이런 증거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쌍둥이 딸들은 어제 재판까지도 계속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잖아요.
◆ 김정훈> 맞습니다. 정황증거만 쌓였기 때문인데요. 그 때문에 교사와 쌍둥이 딸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왔습니다. 어제 재판에 나온 딸들도, 시험지 위에 깨알같이 정답을 적은 것을 두고 '시험 직후 가채점을 위해 반장이 불러준 답을 적은 것'이라고 했고요. 또 풀이 과정 없이 정답만 적은 데 대해서도 "종종 그렇게 한다"고 받아쳤습니다.
◇ 김현정> 몇 달이 지나도록 당사자들이 한결 같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강화된 증거, 조금 더 직접적인 증거가 있기를 바랐었는데 김정훈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기존의 증거보다 더 확실한 더 이상은 부인하기 어려운 새로운 결정적 증거들을 발견했다고요?
◆ 김정훈>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취재원 등을 통해 확인한 바를 종합하면 결정적 증거 중 하나는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 일본어 시험에서 나왔습니다. 마네키네코(まねきねこ)라고 하는, 고양이 인형에 관한 문제였는데요...
◇ 김현정> 일본 음식점 같은 데 가면 일식집 같은 데 가면 볼 수 있는 고양이 캐릭터 인형이요. 한쪽 발을 까딱까딱 흔드는 모습의...
◆ 김정훈> 네. 시험 문제는 이랬습니다. 이 인형을 "주로 ( )와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다"면서 괄호 속에 들어갈 말을 한글로 적으라는 겁니다. 주목할 것은 괄호 다음에 '와'라는 조사가 붙었다는 점입니다.
◇ 김현정> "( )와 같은" 장소. 괄호 뒤가 '와'니까 음식점이라면 "'음식점'와"는 말이 안 되는 거고. "'가게'와" 라든지 이런 게 돼야겠네요?
◆ 김정훈> 가장 자연스럽죠? 실제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게'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쌍둥이 두 딸만, 유독 '상점 앞'이라는 답을 적었어요.
◇ 김현정> "'상점 앞'와"?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두 딸이 나란히 '상점 앞'이라고 적은 거예요? 전교생 중 두 딸만?
◆ 김정훈> 놀라운 점은, 미리 출제자가 제출한 정답지엔 이 문제의 정답이 '상점 앞'으로 돼 있었다는 겁니다. 쌍둥이 딸의 아버지, 전 교무부장이 제출받아 관리하던 그 정답지 말입니다.
◇ 김현정> 각 과목 선생님들이 문제 낸 다음에 정답지를 교무부장에게 제출하잖아요. 선생님이 실수하신 거군요. '상점 앞'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 김정훈> 정답지를 제출한 교사가 실수로 문제와 답이 딱 떨어지지 않게 미리 제출해 놓았는데, 오로지 쌍둥이 딸만 그 어색한 답 그대로 적었다는 거예요. 미리 본 답을 그냥 써넣은 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수가 없죠.
◆ 김정훈> 또 있습니다. 같은 일본어 시험에서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의 뜻 네 가지 용례를 나열하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서술형으로. 그런데 쌍둥이 두 딸은 정답지와 순서도 똑같이 나열을 했고, 특히 그중 하나는 '잘못이나 실수'를 했을 때라고 썼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잘못'이라고 하거나 '실수'라고 썼고요. 어떤 학생들은 '잘못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쓰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실수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쓰기도 했는데, 또 유독 두 딸만 '잘못이나 실수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쓴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미리 제출한 교사가 제출한 정답지에 이렇게 똑같이 쓰여 있었습니까?
◆ 김정훈> 역시나 '잘못이나 실수'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이 역시 두 딸이 함께 정답지를 미리 본 것은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네요.
◆ 김정훈> 사례 하나를 더 들겠습니다. 이번엔 쌍둥이 중 한 명만 선택과목으로 택한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 생명과학1 서술형 5번 문제입니다. 세포 분열에 관한 문제인데, 정답에 해당하는 문장은 서술형입니다. "상동염색체 접합이 감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난다"입니다.
◇ 김현정> "상동염색체 접합이 감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난다" 조금 어렵지만, 그렇게 써야 정답이라는 거예요.
◆ 김정훈> 네. 그런데 전 교무부장의 딸은 '상동염색체 접합이 감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라고 썼어요. '일어난다'가 아니라 '일어나기 때문이다'라고요. 해당 문제는 원인이나 이유를 묻는 게 아니어서 '때문이다'라고는 답을 적을 수 없는데, 교사의 딸은 그렇게 적었다는 것이죠.
◇ 김현정> 혹시 교사가 제출한 교사용 정답지에 그렇게 써 있었어요?
◆ 김정훈> 아니나 다를까 그랬습니다. 문제와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전 교무부장의 딸은 출제자가 실수한 그 답을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적었던 겁니다.
◇ 김현정> 이 정도 수준이면 과거에 나왔던 것과 이번에 김정훈 기자가 발견한 거 다 합치면 이래도 모함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단순히 정황 증거라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 어제 재판에서도 이런 내용들이 언급되지 않았어요?
◆ 김정훈>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시험지 위에 쓰인 깨알 같은 정답들, 복잡한 풀이의 흔적이 없는 정답 등을 두고만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수사를 했던 경찰이나 검찰도 앞서 말씀드린 사례를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 김정훈> 현재까지는 그랬습니다.
◇ 김현정> 참 희한한 일이네요. 이미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는 전 교무부장이나 쌍둥이 딸들이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면 법원도 고민이 깊어질 텐데. 김정훈 기자가 그보다 더 구체적으로 확인한 새로운 사례들이 법정에서도 언급이 돼야 하겠네요.
◆ 김정훈> 1심 선고가 그리 머지않았을 겁니다. 이제라도 보다 철저한 진실 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김현정>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빠졌는지. 교육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던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 모든 의혹이 명백히 가려져야 하겠습니다. 김정훈 기자 후속취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