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합의문에 서명한 여야 4당은 일제히 향후 의원총회를 통해 추인을 받기로 했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안 및 선거제 개편안 등을 두고 당내 반발을 겪었던 바른미래당 추인 여부가 관건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초 유승민 전 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일종의 '룰(rule) 싸움'에 해당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민주당에 맞서 바른미래당은 수사권만 지닌 공수처를 주장했는데, 이날 합의문에는 절충안이 담겼다.
신설 공수처에는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신청할 권한을 주기로 한 것이다. 수사 대상 중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 관련 사건에만 기소권을 부여키로 했다.
공수처장 추천도 여야에서 각 2명씩 위원을 배정하고, 위원 5분의 4 이상 동의를 얻어 추천된 2명 중 대통령이 지정한 1명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수렴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의총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첫 번째 쟁점은 '패스트트랙' 추인 정족수 논란이다. 김 원내대표 측은 그동안 패스트트랙 추인 정족수를 과반이라고 주장한 반면,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론 표결 정족수인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원내대표 측은 공수처‧선거법‧검경수사권 등 3개 법안을 묶은 패스트트랙은 구체적인 법안이 아니라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는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당헌 제49조 1항 2호에 명시된 '국회제출 법안 등 의안 중 주요쟁점사안의 심의‧의결'에 해당돼 제53조 1항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로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바른정당계 의원 등은 사실상 해당 법안들을 당론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당헌 제54조 1항 주요 정책, 법안 등에 대하여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당의 입장을 정할 수 있다'에 명시된 대로 정족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문 발표 후 "분명히 말하지만 추인 정족수는 과반"이라며 "그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의총에서 안건으로 3분의 2이상에 해당되는지 여부 결정을 의원들에게 먼저 의사진행 절차로 물어보고 결론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총 통과 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과반 의결로 통과된 이상 당론이 아니기에 각 특별위원 소속 의원들의 자유 표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검경수사권 법안은 사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안은 정개특위에서 다룬다.
해당 법안들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진행하기 위해선 특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각각 18명 정원으로 구성된 두 특위에서 모두 11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정개특위에는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이 포함돼 바른미래당에서 1명만 찬성해도 통과가 가능하다.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 김성식·김동철 의원이 활동 중인데, 호남계 김동철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개특위는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등을 바른미래당 소속 오신환·권은희 위원이 모두 찬성해야만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동안 두 의원이 '기소권을 보유한 공수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오 의원과 김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감안, 최악의 경우 지도부가 두 의원을 사보임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그동안 잠재된 당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될 우려가 있어 김 원내대표도 사보임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내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도부 사퇴론과 맞물려 패스트트랙으로 당이 말 그대로 혼돈에 빠진 상황"이라며 "당내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마다 이해관계가 제각각 달라 결론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