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경기 중반에도 잘하고 마무리도 잘했는데 요즘은 마무리만 잘한다"
유재학 감독은 울산 현대모비스의 베테랑 양동근의 포스트시즌 활약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농담이었지만 동시에 사실이기도 하다.
2018-2019시즌 현대모비스 백코트의 중심은 상당 부분 이대성에게로 넘어갔다. 하지만 양동근도 여전히 팀의 중심에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 존재감이 한껏 상승한 양동근은 특히 접전이었던 인천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과 4차전에서 고비 때 해결사로 나섰다.
홈 1차전 때는 종료 6.6초를 남기고 결승 3점슛을 꽂았고 원정 4차전에서는 종료 1분7초 전 역전의 발판이 된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렸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의 챔피언결정전 활약 모습을 보면서 "역시 경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경험의 차이는 컸다. 전자랜드는 지난 홈 4차전에서 4쿼터 막판 6점차로 앞섰지만 두 차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승부가 치열해질수록 더 차분해졌다. 베테랑의 힘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21일 오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앞두고 "올시즌은 노련미로 여기까지 왔다"며 "문태종과 오용준, 박경상 등 최근 1년 사이에 새로 가세한 선수들이 바로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워낙 노력하고 경험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선 가운데 막을 올린 5차전은 전자랜드애게 벼랑 끝 승부였다.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냉정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험의 힘은 여전히 현대모비스에게 쏠려있었다.
최고령 선수 문태종은 고비 때마다 1대1 능력을 발휘하며 전자랜드 수비를 흔들었다. 16점을 넣었다. 이대성은 특유의 기술과 자신감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대성이 다소 흔들리면 유재학 감독은 주저없이 양동근에게 경기 운영을 맡겼다.
현대모비스에서는 무려 6명의 선수가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현대모비스는 1쿼터에 3점슛 8개를 던져 모두 놓치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갔다. 2쿼터까지 39대43으로 밀렸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3쿼터에만 9점을 몰아넣은 함지훈을 앞세워 흐름을 바꿨다.
함지훈은 팀이 승기를 잡은 3쿼터에 중요한 외곽슛을 연거푸 성공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도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외곽슛을 과감하게 던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함지훈도 큰 경기에서만큼은 달랐다.
전자랜드에게 평정심이 요구되는 시간이 왔다. 하지만 흔들렸다. 현대모비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라건아를 중심으로 양동근과 함지훈, 문태종 등 베테랑들이 4쿼터 공격을 이끌었다.
현대모비스가 후반에 기록한 팀 실책수는 1개. 마지막 승부처였던 4쿼터에는 단 1개의 실책도 없었다. 이게 바로 경험의 힘이었다.
함지훈은 85대79로 쫓긴 4쿼터 종료 2분 전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마치 터치하듯이 슛을 던졌다. 공이 림을 통과하자 울산 체육관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어 문태종의 3점슛이 림을 통과하자 현대모비스 벤치는 우승을 확신한듯 포효했다.
라건아는 20점 12리바운드로 활약했고 함지훈과 쇼터는 나란히 16점씩을 올렸다. 양동근과 이대성도 12점씩 기록하며 백코트를 지휘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처음 진출한 전자랜드를 92대84로 누르고 4승1패로 시리즈를 매듭지은 현대모비스는 이로써 프로농구 출범 22시즌동안 무려 7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명문 구단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현대모비스는 KBL 최초이자 최다 정규리그 7회 우승, 챔피언결정전 7회 우승, 5회 통합우승이라는 화려한 금자탑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