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를 위한 핵심 검사와 보건소 내 난임주사 행위는 전문인력,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어렵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17일 오후 부산시 소회의실에서 오거돈 시장이 직접 주재해 '부산시 난임 지원 정책사업' 추진을 위한 관계자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정부지정 난임 시술 의료기관 대표와 16개 구·군 보건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 11일 'OK1번가 시즌 2' 시민청원에 접수된 난임 부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원에 대해 오 시장이 직접 답변을 한데 이은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청원글은 난임 부부를 위한 사전 검사 지원,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제 투여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공감수 3천개를 얻었다.
부산시 청원글 가운데 가장 단기간에 최다 공감을 얻는 사안이다.
부산시는 회의 결과 건강한 임신을 위한 사전검사 지원과 프로그램 운영을 일선 보건소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난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난소나이, 정액 검사는 여러 임상 증상을 해석해야 하는 전문분야여서 일선 보건소에서는 실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이들 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에 건강보험 적용과 재정지원 등을 건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부산시 자체적으로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난임 부부가 가장 원하는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제 투여도 결국 장기 과제로 남겨졌다.
전문 인력 확보와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대신 시는 부산지역 일반 산부인과와 난임 의료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오거돈 시장이 '난임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며 동영상 답변을 올려 '적극 지원'을 약속한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난임 부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난임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난소 나이,정액 검사는 빠졌고, 난임주사의 보건소 투여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직접 청원글을 올린 A씨는 "보건소에서 예비 신혼부부 검사를 받았을 때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임신을 노력한 지 1년이 지나 임신이 안 돼 부인과 진료를 봤더니 난소 기능 저하 환자였다는 것을 알았다. 보건소에서 AMH(난소나이검사)가 이뤄졌다면 1년간 시간, 경제적으로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카페에 만난 난임 부부를 보면 난소나이, 정액 검사를 뒤늦게 받아 많은 시간과 경제적 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다"며 "부산시가 내놓은 대책은 난임 부부 문제 해결과 실질적인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대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난임 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난임병원에서는 주사약과 함께 간단한 의뢰서를 써주며 근처 병원에서 주사를 맞도록 하고 있는데 일선 병원에서는 이를 거절하기 일쑤"라며 "정해진 시간에 맞아야 하는 주사인데 주사행위를 거절당하는 병원을 전전하다 지쳐 길거리에서 운 적도 많다. 주사 난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난임 부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부산시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회원수 4만명이 넘는 최대규모의 난임 카페 '불임은 없다, 아가야 어서 오렴'에서는 부산시의 '허울뿐인 대책'을 규탄하는 글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이들 난임 부부들은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오거돈 부산시장과의 직접 면담을 추진하고, 부산시 청원코너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계속 올릴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부산의 합계출산율이 0.9명으로 전국 평균 0.98명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 역대 최저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