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상고심 재판중인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형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허리 디스크 증세 등으로 수 차례 통증 완화 치료를 받아왔지만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며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과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형 집행정지는 수감자의 사정을 고려해 형의 적용을 잠시 미루는 제도다. 집행이 정지된 기간은 수감기간에 포함해 계산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상 형 집행을 정지하는 요건은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 △70세 이상 △잉태 후 6개월 이후·출산 후 60일 이내 △직계 존속이나 유년 비속 보호자가 없을 때다.
이중 박 전 대통령이 해당할 수 있는 사유는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허리디스크 통증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가 상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청을 받은 검찰은 곧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의(위원회)'를 구성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게 된다.
검찰집행 사무규칙에 따르면 위원회는 각 지방검찰청 차장검사를 위원장을 포함해 5명 이상 10명 이하의 내·외부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중앙지검에서 공판을 담당하는 박찬호 2차장검사가 맡는다. 내부 위원은 소속 검사 및 직원이, 외부위원은 학계, 법조계, 의료계, 시민단체 인사 등 중에서 윤석열 검사장이 위촉한다.
다만 구체적인 위원회 규모는 향후 논의를 통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심의 대상자의 심사 요건이나 구체적인 상태에 따라 위원회 구성이 가변적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논의를 통해 기존에 구성된 외부위원 '인재 풀'에서 어떤 위원들을 뽑을지 구성해야 한다"며 "심의 자체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건 아니지만 적절한 인원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 이유 외에 국민통합의 필요성이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내세웠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심의 요건에 해당하는 건강상태에 대해 철저하게 의학적 관점으로 따져본다는 취지다.
또 과거 검찰의 형 집행정지 남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점도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3년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 장본인인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길자씨가 주치의로부터 허위진단서를 발급 받아 특혜성 형 집행정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검찰은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형 집행정지를 위해선 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 이후 웬만한 사유로는 형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상태는 모르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 수감자가 지금도 상당하다"며 "그 중에는 허리통증보다 심각한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