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먹구름…메리츠 "지원 없다"

대한항공 본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백기사'로 등판이 전망됐던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분 인수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는 16일 "당장 금산분리에 문제가 있고 조정호 회장 개인으로서도 현금 보다는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한진그룹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앞서 조 회장의 최측근인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리츠금융그룹은 전업 금융그룹으로 앞으로도 금융에만 전념할 계획"이라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백기사나 흑기사 역할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금융회사는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메리츠금융그룹 차원에서 유의미한 양의 한진칼 지분 소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다 메리츠금융그룹 총수인 조 회장이 형님인 조양호 회장과 조카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을 위해 개인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는데도 현실적인 벽이 높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한진家의 막내다. 지난 2002년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상속 관련 형제의 난을 겪은 뒤 그동안 큰 형인 조양호 회장과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한진그룹의 지주사겪인 한진칼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조 회장 일가의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지분은 조양호 회장이 17.84%, 조원태 사장이 2.34%, 조현아·조현민 씨가 각각 2.31%와 2.30%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이 타계하면서 조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야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지만 상속세가 2천억원에 달해 실탄이 부족한 조 사장 입장에서는 우호세력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연금도 한진칼의 지분 6.70%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의 지분 13.47%를 보유한 2대주주인 KCGI가 우호세력을 모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장악에 나설 경우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칼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지분 33.35%(특수관계인 포함)을 보유하고 있어 한진칼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대한항공의 경영권 역시 접수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주도로 부결되면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 경영에서 퇴출됐다.

현재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의 지분 없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만 한진칼 경영권 방어에 실패할 경우 그 역시 대한항공의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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