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보유한 고속관광과 리조트 부문 등 알짜 기업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그룹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져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은 누가될까?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이 3조 4400억원에 달하고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도 1조 3200억원인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가 필수라는 평가다. 현재 △SK △한화 △CJ △롯데 △신세계 △호텔신라 등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로 거론된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대해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각 기업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항공업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불을 지폈다. SK그룹은 인수설을 부인했지만, 충분한 자금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엔진을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에 투자했지만 사업이 반려되며 항공업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방산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유통기업인 CJ그룹과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호텔신라 역시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평가된다. CJ그룹과 롯데그룹은 물류망 확대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매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롯데그룹과 신세계,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도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항공업을 발판으로 그룹이 눈에 띄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다.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부족한 자금력은 컨소시엄 등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견기업 될 금호산업, 고속관광·리조트 살릴까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로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IDT(76.2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에어부산(44.17%) △에어서울(100%) 등을 소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모두 통으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자회사 매각 여부는 별도로 인수기업과 협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이 때문에 고속버스 운행사업으로 분류되는 '금호티앤아이'와 리조트 사업인 '금호리조트'의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호티앤아이 지분은 △아시아나IDT(40%) △아시아나에어포트(24%) △금호산업(20%) △아시아나세이버(16%), 금호리조트 지분은 △금호티앤아이(48.8%) △아시아나IDT(26.6%) △아시아나에어포트(14.6%) △아시아나세이버(10%) 등이 각각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만 매각 대상으로 넘기고,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관광·리조트 사업을 통해 그룹의 명백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뒤 다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리조트와 고속관광 관련 계열사들을 지키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