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성운(독일 쾰른대 유학생)
독일 기업에서 광고 한 편이 지금 논란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백인 남성이 정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합니다. 이 남성의 땀에 젖은 속옷이 진공 포장된 상태로 어느 도시 자판기에 진열이 돼요. 한 아시아계 여성이 자판기에서 그 속옷을 구매해서 냄새를 흠뻑 맡아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이런 광고 자막이 흐릅니다. ‘이게 봄내음이지.’ 백인 남성의 땀냄새를 맡으면서 ‘이게 봄내음이지.’
흡족해하는 아시아계 여성의 모습. 어떠세요? 이게 무슨 뜻이지? 궁금하면서 불쾌하시죠? 우리 정부도 독일 기업에다가 공식적인 항의를 한 상태인데요. 지난 3월 이 광고를 보자마자 문제 제기에 나섰고 이 사실을 한국에 알린 분이 계십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강성운 씨. 독일 현지 연결해서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인지 들어보죠. 강성운 씨, 안녕하세요?
◆ 강성운> 안녕하세요.
◇ 김현정> 보니까 브랜드 이름이 호른바흐예요. 저는 이거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인데 이게 독일에서는 유명한 회사입니까?
◆ 강성운> 독일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회사고요. 독일 사람들은 정원이나 집 수리를 직접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럴 때 필요한 정원 용품이나 식물부터 타일 이런 공구들과 기자재를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 김현정> 유명한 회사고 광고도 많이 하는 회사. 이 광고를 처음 어디서 보셨어요?
◆ 강성운> 2주 전에 제가 트위터를 사용하는데 그 트위터에서 어떤 한국분께서 이 광고가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데 너무 불쾌하다라고 언급을 하는 것을 보고 찾아봤습니다.
◇ 김현정> 제가 아까 광고 내용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 말로 설명을 드렸는데 저는 설명을 드리면서도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무슨 의미예요?
◆ 강성운> 그 사실을 이해하려면 먼저 아시아계가 독일과 유럽 사회에서 소수자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특히 아시아 여성은 독일 사회에서 굉장히 뿌리 깊은 인종적이고 성적인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아시아 여성을 보는 시각 자체가요. 독일에서 한 해에만 40만 명의 남성이 성매매를 위해서 아시아 국가로 원정 성매매 여행을 떠난다는 통계도 있고요.
또 역으로 특정한 국가에서 얼굴도 모르는 여성에게 말 그대로 전화를 건다든지 카탈로그를 통해서 결혼을 하기 위해서 나이 많은 부류의 남자들이 주문을 하는 그런 상황도 있고요. 특히 아시아 여성은 순종적이고 백인 남성의 어떤 성적인 그리고 자기 우월감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존재라는 굉장히 불건전한 스테레오타입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맥락을 알고 보시는 분들은 굉장한 충격과 불쾌감을 표현하고 계십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유럽의 백인 사회에서 아시아계. 그것도 아시아계 여성은 비주류 중에 비주류, 소수 중에 소수, 약자 중에 약자라는 의미예요. 그러면 이걸 우리만 막연하게 불쾌한 게 아니라 이걸 만든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는 건데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
◆ 강성운>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회사 측에서 이 문제가 굉장히 크게 제기되고 또 국제적으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해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강성운> 해명 내용 자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굉장히 변했는데요. 호른바흐사가 한국어와 일본어로도 해명문을 올렸습니다, 질의응답 형식으로요. 이 질의응답을 보면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이 광고의 초점은 아시아와 독일이라는 대비가 아니고 녹지가 전 세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녹지 감소 추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이건 사라져가는 자연에 대한 광고다. 이러한 좀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고요.
두 번째로는 이 광고는 보통 광고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눈요깃거리가 되기 위해서 옷을 벗고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광고에서는 오히려 남성이 옷을 벗음으로써 전형적인 성별 스테레오타입을 뒤집었다. 그리고 여성이 심지어 자기 손으로 직접 자기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 속옷을 구입하고 냄새를 맡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이 얼마나 성적으로 자기의 즐거움을 혹은 자기의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광고다라는 굉장히 말도 안 되고. 사실 굉장히 냉소적인 방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저는 이게 남성의 속옷을 여자가 샀든, 여성의 속옷을 남자가 샀든 저는 이 자체가 성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라고 해명한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건 굉장히 잘못된 방식인 것 같고요. 남녀를 떠나서 누가 샀어도요. 그런데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그 말씀이에요.
그러자 이제 강성운 씨는 즉각 문제 제기를 하고 우리 정부도 지난 9일에 공식 항의를 했습니다. 주독 한국문화원이 호른바흐에 서한을 보내서 아무리 기업 광고의 목표가 소비자 관심 끄는 거라고 하더라도 특정 인종이나 여성에게 혐오와 불쾌감을 일으켰다면 이건 정당화될 수 없다. 한국 교민들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라고 했는데 그런데 광고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게 사실이에요?
◆ 강성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호른바흐사는 지난 4월 1일에 소위 공청회라는 것을 열고 아시아인들, 특히 아시아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라고 해서 굉장히 촉박한 일정으로 굉장히 외진 곳에 있는 호른바흐 본사로 사람들을 초청했는데요. 이 대화 이후에 제가 대화 참석자 중 두 분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이분들께서는 ‘이제 호른바흐사가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 것 같고 비판을 굉장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광고가 중단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라고 하셨는데 바로 다음 날 호른바흐사는 되레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드디어 이해를 시켰으며 우리는 광고를 계속하겠다’라고 밝히셔서.
◆ 강성운> 이분들께서 굉장히 배신감을 느끼시고, 인간적으로. 또한 굉장히 충격을 받고 계신 상황입니다.
◇ 김현정> 독일인들은 이 광고 보고 문제 제기 안 해요? 문제없다고 해요?
◆ 강성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이 독일 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 이 광고를 보신 분들의 의견을 보면 굉장히 안타깝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분들이 ‘이 광고는 유머다. 이게 뭐가 심각하냐. 아시아인들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건 문화 차이다. 아시아인들은 너무 성적인 문제에 대해서 너무 닫혀 있고 우리가 개방적이고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굉장히 일방적이고 본인의 시선, 입장에만 갇혀 있는 그런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유머로 이해해야지 ‘그걸 왜 피해의식 있습니까? 열등의식 있어요?’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거군요. 강성운 씨는 유학 생활 몇 년차세요?
◆ 강성운> 저는 석사 과정으로 2010년에 독일에 처음 왔고 이제 9년 차입니다.
◇ 김현정> 9년 차. 실생활에서도 종종 인종 차별이 있다는 걸 느끼세요?
◆ 강성운> 네, 뭐... 예를 들어서 제가 카니발이 진행되는 도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어디를 가는데 갑자기 한 6-7명. 예닐곱 명 되는 독일 청소년들이 저를 빙 둘러싸고 말 그대로 빙빙 돌면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중국인, 중국인’ 하면서 구호를 외친다든지요.
◇ 김현정> 그게 무슨 의미예요? 왜 그러는 거예요?
◆ 강성운> 그러니까 외국에 나온 순간 저희는 아시아인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지고요. 이 사람들은 아시아인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또 낯설어하기 때문에 대명사격으로 ‘중국인’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길을 다니다 보면 어린아이나 나이 드신 분들이나 할 것 없이 갑자기 다가와서 ‘니하오 칭챙총.’ 이런 식으로 굉장히 놀리는 투로 말을 걸고 지나가시는 분들이 많고요
◇ 김현정> ‘칭챙총’이 뭐예요, ‘칭챙총’?
◆ 강성운> 이건 중국어로 실제로 있는 표현이 아니라고 알고 있고요.
◇ 김현정> 흉내내는 거죠, 우스꽝스럽게.
◆ 강성운> 중국어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는 거고.
◇ 김현정> 우리가 미국말을 우스꽝스럽게 할 때 샬라샬라 이러는 것처럼 비슷한 거예요, 칭챙총. 강성운 씨, 호른바흐사에서 공식 사과를 할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 내시는 겁니까?
◆ 강성운> 지금은 그럴 작정이고요. 또 공식 사과보다도 이런 선례가 남게 되면 앞으로 독일이나 유럽 사회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나 다른 단체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비하적인 표현은 유머로서 우리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 김현정> 문제없구나.
◆ 강성운> 그런 선례가 남는 것이 문제고 인터넷에는 이 광고가 남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의 광고가 완전히 삭제될 때까지 꾸준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입니다.
◇ 김현정> 한국에서도 지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성운> 감사합니다.
◇ 김현정> 독일 기업에서는 아시아인 비하 광고에 대해서 항의 운동을 하고 계신 분이에요. 독일 유학생 강성운 씨였습니다. (사진=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