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野, 정계개편에 ‘성패’ 달려

바른미래發 합종연횡…보수성향, 호남계 ‘합의이혼’ 가능성
황교안, 유승민, 안철수 대권행보와 맞물려

(사진=연합뉴스)
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2대째의 성적표를 진영 별로 따져보면 진보 대(對) 보수가 1승 1패를 거뒀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획득해 127석의 민주통합당을 압도했다. 반면 2016년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이 됐다.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주저앉았다.

민주당 입장에선 4년 전에 비해 오히려 4석이 줄어든 셈이었지만,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국민의당이 38석 당선의 돌풍을 일으킨 것과 맞물렸기 때문에 진영 별 이해관계에선 진보 측이 확장된 결과였다. 정계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개편됐고, 이 흐름의 연장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21대의 판세가 19대와 20대 중 어떤 모델을 따를 것이냐가 벌써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야가 보수 대(對) 진보로 나뉘어 양자구도를 형성할 것인지, 지난 총선과 대선의 흐름에 따라 다당제로 치를 것인지가 쟁점이다.

야권 관계자는 1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문재인 정권 4년차에 치러지는 총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고, 2018년에 정권이 교체됐다면 2020년 선거는 3년차 직전 중간 평가에 해당됐겠지만, 대선이 7개월가량 당겨지면서 3년차 말기에 치러지게 됐다는 얘기다. 문 정권은 총선 직후인 2020년 5월 임기 4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이 관계자의 분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당 등은 ‘반(反)문재인’ 정서를 최대한 끌어올려 정권심판론을 펼 태세다. 반면 여권은 과거 적폐청산론을 근거로 집권한 만큼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안정적인 국정운영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걸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입장에선 ‘반(反)문재인’을 결집하기 위한 방식을 놓고 보수통합과 느슨한 선거연대 중에서 고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내년 선거까지 재‧보궐 선거가 없기 때문에 경남 창원과 통영‧고성에서 치러진 지난 4‧3 보선의 결과가 최대한 참조될 수밖에 없다.

정계 개편의 진원지는 다당제 실험의 근거지인 바른미래당에서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다당제를 이어나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선거법 개정(연동형 비례제 도입) 문제를 놓고 내분에 빠져 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직 등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반면, 바른정당 출신 보수성향 의원들과 국민의당 출신 일각에서는 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손 대표는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하태경‧이준석 등 최고위원들을 주말 사이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임시 전당대회를 소집해 당협위원장들 과반의 의견으로 손 대표 불신임에 나서겠다며 연판장 돌리기에 나섰다.

바른미래당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관철되지 않고, 손 대표 체제가 무너질 경우 정계개편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야권 개편의 키(key) 플레이어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유승민 전 대표, 안철수 전 의원 등이 된다.

황 대표로선 차기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통합의 유인이 있다. 수도권 승부를 위해선 중도 표심을 끌어들여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바른미래당을 먼저 통합하고 대한애국당을 그 이후 결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유 전 대표와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통한 정치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기 힘든 측면이 있다.

유 전 대표는 지난 9일 강연에서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개혁 색채를 끌어안을 변화를 보여야 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안 전 의원은 독일에 체류하며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6월 복귀설(說)이 소문으로 나돌고 있다.

보수 쪽으로 집결하며 주도권을 쥐려는 세 인물과 별개로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열과 민주평화당 간 합종연횡도 정계개편의 한 변수다.

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고위 당직자는 통화에서 “호남 출신 의원 2~3인이 탈당하고 우리 쪽에서 비례 3명을 제명해주면 민주평화당 14석과 무소속 호남 의원들이 결합해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며 손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민평당 측과 정계개편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정계개편의 성패는 중도 성향이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으로 결합되는지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에서 보듯 개편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경우 결합의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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