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CT 구매 제한에 병상 돈주고 사고 파는 병·의원들

병상 200개 확보해야 구매 가능, 개당 20만원에 거래
기준 완화 요구에 보건복지부 "다음 달 연구용역 추진"

자기공명영상 촬영장치(MRI)나 전산화 단층 촬영장치(CT)는 대당 15억원을 웃도는 고가의 특수의료장비이다.

이런 장비를 들여오려는 의료기관은 병상을 200개 이상 보유해야 한다.

그 미만일 때는 이런 장비가 없는 다른 병·의원들과 공동 활용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아 관할 보건소에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도 장비를 도입하려는 곳과 동의서를 써준 의료기관의 병상 수를 더해 200개를 넘어야 한다.

이 기준은 무분별한 고가 장비 구매를 제한하는 동시에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고 과잉진료도 막자는 취지에서 2003년 1월 마련됐다.

그러나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 제도는 도입 후 16년이나 된 현재 위법은 아니지만, 돈을 주고받으며 병상을 거래하는 부작용을 낳는 게 현실이다.

14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도청 소재지인 청주의 경우 30개 병원이 MRI 28대, CT 35대를 가동하고 있다.

200개 이상의 병상을 가진 대형 병원 11곳을 제외한 나머지 19개 병·의원은 다른 의료기관과 MRI·CT를 공동 활용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아 설치한 곳이다.


청주에서 이 동의서를 써 주지 않은 병·의원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MRI나 CT를 사려는 청주지역 의료기관은 부족한 병상 수를 채우기 위해 인근 증평군이나 진천군의 병·의원에서 동의서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세종시나 천안시의 병·의원에서 동의서를 받아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한 곳도 있다.

반대로 대전시나 세종시의 병·의원이 병상 200개를 확보하기 위해 청주지역 보건소에 관내 병·의원별 병상 수 확인을 요청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동의서를 받기 어렵다 보니 병·의원 간 금품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청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동의서를 받으려는 의료기관이 다른 병·의원에 병상 1개당 10만원씩 줬으나 올해부터는 20만원으로 오른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물론 돈거래가 이뤄진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동의서를 받아 MRI나 CT를 구매한 다른 병원에 자신의 병원 환자를 보내 이 장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장비를 이용해야 할 환자라면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권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런 탓에 보건복지부령인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병상 200개 기준을 그 이하로 낮추든가 아예 없애자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동활용 제도가 특수의료장비 과잉 공급을 억제하는 데 효과는 있다"며 "다만 이 기준이 현시점에서 맞는지, 변경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음 달 연구용역을 추진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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