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모비스는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3점슛을 많이 던지는 팀이 아니었다. 평균 19.9개를 던졌다. 10개 구단 중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효율은 높았다. 35.6%의 성공률은 리그 전체 1위다.
현대모비스의 3점슛 시도는 전주 KCC를 만난 4강 플레이오프에서 크게 늘었다. 평균 26.3개를 던졌다. KCC가 센터 라건아를 막기 위해 골밑 수비에 집중했고 외곽을 커버하는 스피드가 다소 느렸기 때문에 3점슛을 던질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현대모비스에는 '얼리 오펜스' 상황을 비롯해 수비수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주저없이 3점슛을 던진 돌격대장이 있었다. 바로 가드 이대성이다.
이대성은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9.8개의 3점슛을 던졌다. 성공률은 33.3%.
이대성은 프로농구 역사상 단일시즌 기준으로 플레이오프 평균 가장 많은 3점슛을 던지고 있는 선수다. 종전 기록은 2007-2009시즌 방성윤과 1997-1998시즌 버나드 블런트가 각각 기록한 9.5개다.
그가 간절히 바라는 '자유이용권'을 아직 손에 넣지 못했지만 이대성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공격적인 성향을 비교적 많이 드러내고 있다. 이대성은 4강에서 평균 16.0득점, 5.3어시스트, 1.5스틸을 올렸고 실책은 경기당 1.5개에 불과했다.
4강에서 창원 LG를 따돌리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인천 전자랜드는 외곽슛 수비에 강한 팀이다.
유도훈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펼치는 열정적인 플레이는 전자랜드의 트레이드 마크. 외곽 커버 속도가 빠르다. 전 포지션에 걸쳐 높이가 좋은 편이라 3점슛 시도에 필요한 공간을 좁힐 수 있는 스위치 수비도 언제든지 가능한 팀이다.
전자랜드에도 강력한 3점슈터가 있다. 바로 단신 외국인선수 기디 팟츠다.
팟츠는 LG와의 4강 3경기에서 평균 25.0득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경기당 7.3개의 3점슛을 던졌다. 성공률은 31.8%로 다소 낮았지만 정규리그 때보다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리는 적극성이 더 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 수비에게는 위협적이었다.
유재학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앞선 수비가 가장 강한 선수는 양동근과 이대성"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탄탄한 현대모비스의 백코트와 득점력이 물 오른 팟츠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다.
이대성은 "기디 팟츠 선수가 너무 좋은 활약을 하고 있고 좋은 리듬으로 경기하고 있다. 팟츠를 막는데 신경을 쓰겠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또 전자랜드에서는 정효근과 강상재 등 장신 포워드들이 나란히 3점슛 1.3개씩 넣으며 50.0%라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3점슛 능력을 갖춘 빅맨의 존재는 스페이싱, 공간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역으로 보다 수월하게 골밑을 공략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랜드는 4강에서 55.5%라는 높은 2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팀 가운데 부산 KT(57.1%)에 이어 2위다. KT는 플레이오프에서 3점슛 시도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만약 전자랜드가 라건아와 함지훈을 수비시 외곽으로 끌어낼 수 있다면 파고들 공간이 넓어진다.
유도훈 감독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외곽과 득점, 수비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베테랑 차바위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전자랜드로서는 금상첨화다.
라건아와 찰스 로드의 빅맨 대결, 박찬희와 양동근이 펼칠 베테랑 가드의 경기 운영 싸움, '깜짝 스타' 이대헌이 가세한 전자랜드의 장신 포워드진과 함지훈, 섀넌 쇼터, 문태종이 버티는 현대모비스의 주축 선수들과의 승부 등 올해 챔피언결정전은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두 팀이 공간을 두고 벌이는 팽팽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주저없이 공격을 시도하는 선수들이 양팀에 즐비하다. 또 이를 막기 위해 공간을 좁히는 전술, 수비 적극성 역시 두팀의 공통된 장점이다.
찰나의 방심은 자칫 승부를 그르칠 수 있다. 13일 오후 2시30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막을 올리는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의 챔피언결정전은 집중력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