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부에 따르면 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5개년을 빼고 해마다 2조2000억~28조4000억원 사이의 추경이 편성됐다. 사유는 산업 구조조정과 국민생활 안정, 태풍을 비롯한 재해극복 등 경기대책이 대다수였다.
추경 편성은 경기를 진작시킨다. 정부가 시중에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갖는 효과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추경이 경기진작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쓴 2009년의 추경으로, 둘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경제위기 때 이뤄졌다.
1998년에는 두차례에 걸쳐 25조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다. 전년도 명목 국내총생산(GDP) 524조4768억원 대비 4.71%에 달한다. 1998년 경제성장률은 –5.5%로 추경 해당연도 경기부양은 실패했지만, 1999년 경제성장률은 11.3%로 급등했다.
2009년 추경은 28조4000억원으로 전년도 명목GDP 대비 2.57% 규모였다. 2009년에는 경제성장률 0.7%로 '마이너스 성장'을 막았고, 이듬해는 6.5%로 도약시켰다. 2009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는 –1.4% 후퇴에 정부 기여도는 2.1% 증가였다. 추경이 없었다면 0.7%나마 성장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다른 해에도 추경 뒤 대체로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7년 '재정지출의 분야별 경제적 효과 분석모형 연구'에 따르면 재정지출이 증가한 부문에서는 경제성장률 제고와 고용 증가 효과가 확인된다.
보고서에는 2014~2017년 전년보다 최대 8조원까지 해마다 증가한 사회복지 분야 예산의 경기 효과가 담겨있다. 예산 편성 당해연도부터 3년뒤까지 누적 경제성장률 최대 0.153%, 누적 취업자 증가율 최대 0.190%로 매년 경기진작 효과가 확인·추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할 게 아니라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오히려 정부가 얘기한 것보다 더 큰 규모가 필요할 수 있다"며 "그동안 정부의 추경 편성이 고용 등 일부 지표 개선에는 도움됐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준의 경기회복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추경이 가지는 한계와 문제점도 학계 안팎에서 지적된다. 성 교수도 "추경이 과거부터 수년간 계속 이어진 부분은 문제가 있다.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냈다 뒤늦게 추경으로 만회하는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추경의 구체 내용에 따라 경기진작 수준에 편차가 있는 점, 추경은 결과적으로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인 만큼 미래세대에 짐이 된다는 점 등도 제기된다.
6조원대로 잡힐 추경은 지난달 IMF가 경제성장률 정부 목표치 2.6%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권고한 9조원 안팎(GDP 0.5%)에 미달한다.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추경에서 2조원 가량은 미세먼지 대책 위주로 투입될 예정인 만큼, 경기진작용 실탄은 훨씬 작아질 수 있다.
정부지출이 어디에 집중되느냐도 경기 진작효과의 관건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결과에 따르자면 국토·지역개발 예산의 4년 누적 효과가 사회복지 분야에 비해 최대 4배까지 컸다. 우리나라가 내수보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인 만큼, 세계경기가 둔화되면 내수진작 지향의 추경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추경 재원이 대부분이 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는 것도 국가재정 건전성이나 미래 성장동력이 훼손될 가능성을 지적받는 대목이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정부기여도는 추경이 없었던 2014년 10%미만이다가, 이후 추경이 편성된 매년 30%안팎으로 뛰었다. 경제성장에 대한 추경 의존도가 심해진 셈이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재정중독에 빠졌다고 할 만큼 추경 편성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재정을 투입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도 못할 뿐 아니라, 국가 경제가 재정 의존적 타성화에 빠질 수 있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