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1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 처벌조항인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
이 사건은 2013년 A씨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고 낙태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7년에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쟁점은 임신 초기(1주~12주)의 낙태행위를 국가가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2012년에는 합헌과 위헌 의견이 4대4로 맞서 현행 처벌규정을 유지했다.
자기낙태죄(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약물 및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동의낙태죄(형법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부탁을 받아 낙태를 했을 때 징역 2년 이하로 처벌한다는 규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012년 결정 때와는 달리 낙태죄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 소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종해야한다"는 취지로,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며 각각 낙태죄 처벌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김기영·이석태·이영진·이종석 헌법재판관 역시 낙태죄 처벌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위헌 결정이 나온다.
다만, '단순 위헌'을 낼 경우 결정 즉시 낙태죄 규정은 효력을 상실하게 돼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을 잠시 유지하고 국회에 특정 시한까지 입법을 하도록 촉구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1953년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로 송치되더라도 재판에까지 넘겨지는 경우는 드물고,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한 사례도 적다.
검찰 관계자는 "낙태죄 조항이 있지만 낙태 행위가 다른 범죄행위와 관련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소된 사례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최근 낙태죄는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66년간 이어진 낙태죄 처벌규정에 대해 이날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