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본부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건설 CEO인 이재규 부회장의 가족기업에 13년 간 일감 몰아주기로 200억원 안팎의 자산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뮤진트리'라는 회사는 이 부회장의 아내인 박모씨가 대표이사이고, 이 회사가 입주한 건물 역시 이 부회장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 건물을 'SBS가 지어줬다'는 것이다.
SBS 본부 측의 주장은 이렇다. 이 부회장의 가족기업인 '뮤진트리'가 SBS 콘텐츠 음악 등을 재가공하는 하청을 독점해 해마다 십수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2018년 특별감사 직후까지 계속됐다.
지난해 실시된 SBS 콘텐츠허브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뮤진트리'는 SBS 콘텐츠허브와 독점 수의 계약을 통해 2014년 전체 매출의 85%, 2015년엔 65%, 2016년엔 87%를 벌어들였다.
2014년 전체 매출 19억원에 영업이익이 8억원에 육박했고, 2015년엔 19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8억 9천만원을 달성했다. 이처럼 5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 이재규 부회장에 대한 특혜를 증명한다는 주장이다.
SBS 본부 측은 "이런 영업이익률은 같은 시기 초우량기업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을 2~3배나 웃도는 비상식적 수치"라며 "콘텐츠 수익 유출로 신음하던 SBS의 영업이익률이 2014년 -2.28%를 기록하고, 흑자를 낸 2015년 조차 겨우 5%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비교해 보면 이재규 부회장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얼마나 노골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수의 계약과 부당지원으로 적어도 200억원대 안팎의 SBS 콘텐츠 수익이 이재규 부회장 가족 회사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게 콘텐츠 관련 업무에 정통한 SBS 사내 인사들의 추정이다.
SBS 본부는 "결국 윤석민 회장은 소유 경영 분리 목적의 지주회사 체제를 악용해 시청자를 위해 쓰여야 할 SBS 콘텐츠 수익을 콘텐츠허브로 빼돌리고, 여기에 태영건설 이재규 부회장까지 달려들어 SBS 콘텐츠허브와 수의 계약을 맺어 거액을 사적으로 챙긴 것"이라고 태영건설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SBS 콘텐츠허브 특별감사 자료에는 SBS 콘텐츠허브와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가족기업인 '뮤진트리' 간의 특혜성 거래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언급돼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뮤진트리는 SBS 콘텐츠허브의 독점위탁용역을 전제로 설립된 회사로 보여지는 바, 이는 계열회사인 태영건설 임원의 사적 이익을 위해 SBS 콘텐츠허브가 부당지원을 했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있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 대여금, 인력, 부동산, 유가증권, 상품, 용역, 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려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음."
SBS 본부 측은 이를 SBS 콘텐츠허브 이사직에 있었던 윤석민 회장과 그 최측근인 유종연 전 콘텐츠허브 사장의 지원과 묵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던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SBS에 콘텐츠허브 경영권을 매각한 후에도 계속 콘텐츠허브 이사회를 측근들로 구성한 이유가 이 같은 행위들의 폭로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의 SBS 사유화 저지 및 독립 경영 사수를 위한 범 SBS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한 SBS 본부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 수익을 빼돌린 태영건설 측이 SBS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며 경영권 장악에 나선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SBS 본부 측은 "지상파 방송사인 SBS의 대주주로서, 공적 책임을 완전히 망각하고 콘텐츠 수익을 빼돌려 사적인 이익 추구에 악용한 태영건설 CEO 이재규 부회장을 국민과 시청자 앞에 고발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범죄행위를 사실상 지원하고 묵인한 윤석민 회장, 유종연 콘텐츠허브 전 사장 등 관련자들도 사법적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고 법적 대응에 임할 것임을 알렸다.
이어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과 그 수하들이 SBS 안팎에서 벌인 추가적인 범죄 혐의도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빠짐없이 공개하고 태영건설이 과연 막중한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할 지상파 방송의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물어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속될 투쟁 활동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