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경찰 500명, KBS 사옥에 무리한 진입"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2008년 정연주 해임반대시위 '과잉진압'
경찰 "이사회 요청받아 투입"…CCTV에는?
경찰청장 지낸 이철성 영등포서장, 현장지휘

경찰관기동대가 KBS 본관 로비에서 연좌하고 있는 모습(사진=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단 제공)
지난 2008년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반대시위 당시 사복경찰 수백명이 이사회 측 신변보호를 요청받기 전부터 건물 내부에 진입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지난 1년 동안 조사해 "독립된 공영방송사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경찰력을 과도하게 전개했다"고 결론 내렸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8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사옥 2층 시청자광장에 별안간 사복 경찰관 7개 중대(500여명)가 몰려와 자리를 깔고 앉았다.


경찰은 당시 이사회 측의 요청을 받은 뒤에 경력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장에 이사회 개최 반대를 요구하는 직원들이 모여들자 유재천 이사장이 이철성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장(2016년 8월~2018년 6월 경찰청장 재임)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사회장 앞에서 KBS 사원 김OO이 끌려가는 장면(사진=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단 제공)
하지만 진상조사위가 내부 CCTV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사복경찰은 신변보호 요청 전부터 이미 본관에 진입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표식도 달고 있지 않았다.

경찰은 또 당시 KBS 주변에 사복경찰 포함 31개 중대(2500여명)와 물대포 4대, 방송차 2대, 조명차 2대 등이 배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영방송 사수 촛불집회'에 참석해 정연주 사장 해임안 의결에 반대하던 전국언론노조와 언론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이를 두고 진상조사위 측은 "경찰력 행사에 요구되는 최소 침해와 법익 균형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기관에 대한 경찰력 투입이 자의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과 방안을 마련하고, 사복을 착용할 경우에는 경찰관 증표를 확실히 제시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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