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속초시 영랑호 일대에는 벚꽃이 한창 피어 있었지만, 정작 주변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다.
바로 근처 신세계 영랑호리조트에 있던 배민철(49)씨의 막국수 식당은 산불로 내부 집기 대부분이 타 버렸다. 배씨는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직원들과 고생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망연자실했다.
그러면서 "지금쯤이면 벚꽃 구경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거의 다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영랑호 주변에는 드문드문 관광객들이나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있을 뿐, 많은 인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리조트 지배인 박수동씨는 "언론에서 크게 보도가 됐다 보니, 손님들이 '놀러갈 분위기가 되나'하고 방문을 자제해 예약 취소가 많을 것 같다"며 "작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손님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골프장은 한 달 정도 영업을 못 할 것 같다"며 "불은 꺼졌지만 매연 등 냄새가 방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예약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실제 숙박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피해를 입은 고성군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죽왕면 근처에서 20년간 모텔을 운영했다는 손병남(70)씨는 "불이 나던 날 청소년 검도대회가 있어 예약을 받아 뒀는데 모두 취소됐다"며 "산불이 이렇게 났다는데 누가 여기로 구경을 오겠나"고 하소연했다.
손씨는 "장기적으로 보면 한 달에서 두 달 동안은 경기 같은 행사가 아예 없을 것 같다"며 "국가에서 이 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니까 불에 탄 곳은 지원을 해 주겠지만, 불에 타지 않은 곳들도 함께 피해를 보는 셈이다"고 말했다.
토성면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홍기숙(52)씨는 "옆의 카센터, 서랍 공방 같은 다른 가게들은 다 타 버리고 우리 가게만 남았다"며 "다른 때 혼자서 지나가다가 식사하는 손님들이 있곤 했는데, 그런 손님들마저도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씨는 "관광객들이 위로 차원에서 많이 찾아주실 것 같다는 게 희망이다"며 "피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 가게보다 더한 피해를 입은 곳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낙담하지는 않는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강원도소비생활센터 최미숙 주무관은 "지난 주말 동해안에 행사들이 많았지만, 산불이 발생하면서 불이 난 지역을 중심으로 숙박시설 예약 취소 사태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관광지까지 피해를 본 만큼 당분간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