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입장에선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1승 1패'로 귀결됐지만, 창원성산이 험지인 점을 감안하면 504표 차이로 낙선한 강기윤 후보의 사실상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창원성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3.57%)가 민중당 손석형 후보(3.79%)에 이어 4위에 그치는 등 참패를 당하자, 바른미래당 내에선 즉각 손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민심 바로미터로 꼽히는 보궐선거에 여야 지도부가 총력을 쏟은 만큼, 그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승(통영‧고성) 1패(창원성산)' 성적표를 받은 황 대표의 리더십은 더욱 강화되는 기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창원에 숙소를 마련하고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한 황 대표의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전통적인 텃밭인 통영‧고성에서는 황 대표의 측근인 정점식 후보(59.47%)가 민주당 양문석 후보(35.99%)를 약 24%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당초 열세지역으로 꼽혔던 창원성산에서는 한국당 강 후보(45.21%)가 정의당 여영국(45.75%) 후보에 불과 0.54%포인트(504표) 뒤쳐졌다.
일각에선 선거 직전 발생한 '축구장 유세' 등 악재로 인해 한국당이 창원성산에서 패배하고 오히려 통영‧고성에서 민주당 후보에 추격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황 대표 또한 선거 결과를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 심판과 동시에 한국당에 숙제를 줬다고 평가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승리 공식'을 발견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황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험지라고 알려진 창원성산에서 우리는 가능성을 봤다"며 "우리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황 대표가 첫 시험대인 보궐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대표 취임 갓 한 달을 넘은 시점에서 내적으론 당내 견제 움직임과 외적으론 '김학의 성접대' 연루설 등에 시달렸지만 이번 승리를 기점으로 순조롭게 안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한 비박계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최소 '1승 1무'라고 볼 수 있다"며 "창원성산은 졌지만 이긴 곳이다. 황 대표에 대한 당내 의구심도 선거 결과로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수치는 그렇게 나왔지만 2승을 했다고 봐야한다"며 "황 대표 리더십이 강해지면서 계파갈등이 다시 나올 가능성도 줄어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창원성산 선거에서 참패를 맞은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손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선거 패배를 인정하는 동시에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손 대표와 상의해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사실상 지도부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앞서 이언주 의원도 선거운동 기간 도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손 대표를 '찌질하다', '벽창호'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이 공동대표를 맡은 '행동하는 자유시민'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는 민심을 받들지 못한 부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손 대표를 겨냥했다.
선거 패배 관련 책임론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여야 4당이 협상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3법' 처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당제 안착을 위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편안을 추진 중인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선거 패배로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은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3법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저녁 의원총회 소집을 고려했지만, 개별 의원들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선거 패배에 따른 지도부 재신임론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원내정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각자 생각에 따라 그에 걸맞는 행동하는 게 적절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손 대표도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지도부 교체론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손 대표 측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 정치개혁 의지를 확인 후 당분간 이같은 개혁을 추진해야한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