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의 공시가 빅데이터와 행정안전부의 '2018 지방세통계연감'을 토대로 올해 부과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규모를 정밀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공시가 합계는 2860조원으로, 이들 주택에 부과된 보유세는 5조 884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단독주택에 부과된 보유세는 9593억원, 공동주택은 4조 9255억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체 주택의 86.1%를 차지하는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의 평균 보유세는 21만원으로 추산됐다.
1주택자 기준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전체의 0.99%로, 평균 보유세는 544만원이었다. 전체의 0.01%인 30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의 평균 보유세는 3848만원이었다.
단독주택 가운데 87.21%를 차지하는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의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7천원(5.4%), 공동주택의 83.38%를 차지하는 3억원 이하 주택도 1천원(0.3%)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올해엔 '핀셋 인상'이 이뤄지면서 공시가 30억원 넘는 초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3136만원(116.0%), 15억~30억원 구간은 590만원(99.8%)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단독주택 가운데 공시가 15억원 이상은 0.36%에 불과하다.
공시가 30억원 넘는 공동주택의 보유세 증가폭은 22.3%, 9억원 초과시 증가폭은 세부담 상한선인 30%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예상보다 보유세에 큰 변화가 없는 건 "공시가를 현실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실제 현실화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다. 국토부가 밝힌 올해 공시가 현실화율은 단독주택의 경우 53.0%, 공동주택은 68.1% 수준이다
현실화율이 낮다보니 올해 늘어났어야 할 보유세 규모의 15.9%만 실제로 반영됐다는 게 참여연대측 지적이다. 조세재정개혁센터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소장은 "정부가 올해 추진했어야 할 공시가격 개선책의 척도로 본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로 걷어야 할 보유세의 62.1% 수준만 부과되면서, 연간 4조 681억원의 보유세가 누락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단독주택은 실제 걷어야 할 보유세의 46.2%만 부과돼 연간 1조 5667억원이, 공동주택은 67.0%만 부과돼 3조 2726억원이 누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부동산공시법에 따르면 공시가는 시세 또는 실거래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형성돼야 하고, 최소 시세의 90% 수준으로 결정돼야 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럼에도 여전히 낮은 현실화율로 인해 보유세 실효세율 역시 0.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령 서울 은평구 한 단독주택의 경우 실거래가는 7억 5400만원이나 지난해 공시가는 3억 700만원, 올해도 3억 2700만원으로 소폭 인상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59만 4천원이던 보유세도 올해 64만 7천원으로 실효세율은 0.09%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 나라의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은 2016년 기준 0.1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0.33%의 절반 수준이다. 1.04%인 미국에 비해선 5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저가 주택에선 보유세 누락분이 절대적으로 미미한 반면, 공시가 9억원 넘는 고가 주택들은 누락 규모도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이찬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종부세의 누진적 과세 대상에 정확히 포착되지 않으면서 보유세 형평성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초고가주택 소유자는 더딘 공시가 현실화로 명백히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소장도 "일각에서 '세금폭탄' 운운하지만 그동안 부동산 공시가격이 갖고 있던 수직적 역진성 문제를 일부 개선한 결과일 뿐"이라며 "자산 상위계층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보유세를 여전히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