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억류된 운반선 'P 파이오니어'호의 선사인 국내 중소 해운업체 D사는 '2017년 9월 이전' 필리핀 회사와 용선계약을 맺고 선박을 임대했다.
D사에 60억원대 담보대출을 한 은행의 관계자는 "D사에 알아본 바로는 억류 선박을 필리핀 업자에게 빌려준 다음에 혐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P 파이오니어호는 2017년 9월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북한에 석유제품을 넘긴 혐의로 수사대상이 돼 지난해 9월부터 부산 감천항에 억류돼 있다. 이 선박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하고, 입출항 신고서도 허위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사건 전 용선계약이 체결된 이상 불법환적의 책임은 외국 회사가 진다. 화물과 선원의 관리책임이 용선사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D사 측도 선박 억류기간 진행된 수사에서 자신들의 직접적 책임은 없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D사 소유의 선박이 혐의에 연루된 사실 자체가 변하지 않는 만큼 D사도 파장에 휩싸일 수 있다. 이번에 적용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규정상 불법에 연루된 '합리적 근거'만 있으면 모두 규제된다. 유엔은 용선회사, 화물주, 선원은 물론 선박을 소유한 선사와 선박 자체까지 조사한 뒤 재제여부를 결정한다.
제재 대상으로 최종 결정되면 D사는 경영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동시에 D사에 대출을 해준 국내 3개 은행도 연루자로 취급돼 제재리스트에 오를 여지가 없지 않다.
P 파이오니어호 외에 한척의 운반선을 더 보유하고 있는 D사는 지난해 기준 181억원대 매출과 22억여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중소기업체다. 이들 배를 담보로 국내 은행 3곳에서 63억6000만원, 600만달러, 52억8000만원을 각각 대출받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억류된 배의 선사가 우리 대출을 받은 회사인줄 모르고 있다 오늘에야 확인하고 깜작 놀랐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북 거래의심으로 당국 조사를 받았다 무혐의 판정을 받은 우리나라 선적 '루니스'호 사례처럼 D사도 위기를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해경은 한편 P 파이오니어호 선장과 선박관리 업체를 이날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