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시너지 효과 검사에 최소 24시간 소요돼 활용이 어려웠던 기존 기술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향후 환자들에게 적절한 항생제 조합 치료를 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전성윤 교수 연구팀(바이오미세유체 연구실)이 미세유체 칩을 이용해 두 개의 항생제 간 시너지 효과를 8시간 만에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항생제에 매우 높은 저항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의 등장은 세계적으로 병원과 관련 기관에 큰 위협으로 떠오른다. 지난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병원균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처음 보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항생제 저항성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두 종류 이상의 항생제를 섞어 처리하는 '항생제 조합 치료'가 주목받는다.
하지만 항생제 종류와 적정한 농도 범위가 큰 영향을 주면서 정확한 조합을 해야 하고 치료가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미지의 항생제 저항성 병원균을 대상으로 체외 항생제 조합 검사를 통해 적합한 항생제 조합과 농도 범위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기존 검사 방식은 항생제 희석과 샘플 준비 과정이 불편하고 결과 도출까지 24시간 이상 걸려 대부분 경험적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샘플 양이 수십 마이크로리터에 불과한 미세유체 칩을 이용했다.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좁은 미세채널에서 유체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인 미세유체 칩을 통해 두 개의 항생제 간 농도조합 121개를 단 35분 만에 자동으로 형성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 샘플을 아가로스 젤과 섞어 미세채널에 주입해 굳히고 이를 둘러싸는 미세채널들에 각 항생제들이 포함된 시약과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은 시약을 주입했다.
항생제가 첨가된 채널로부터 항생제가 없는 채널로 항생제 분자들의 확산이 이루어지게 되고 결국 두 항생제의 직교 농도구배가 박테리아가 굳혀있는 아가로스 젤에 35분 만에 형성된다.
연구팀은 이후 6시간 동안 항생제 직교 농도구배로 인해 억제되는 박테리아의 성장을 현미경을 통해 관찰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항균 매커니즘을 가지는 다섯 종류의 항생제를 두 개씩 조합해 그람음성 병원성 균주인 녹농균 (Pseudomonas aeruginosa)를 대상으로 항생제 조합 효능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항생제 짝에 따라 각기 다른 항균효과를 확인했으며 검사한 항생제 짝의 시너지 관계를 분류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제안하는 미세유체 칩 기반의 검사 방식은 번거로운 희석과정과 긴 검사 시간으로 인해 불편했던 기존 검사 방식을 크게 개선했다.
전성윤 교수는 "개발한 미세유체 칩이 상용화돼 실제 현장에서 항생제 조합치료를 위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EEWS 기후변화연구허브사업과 교육부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BK21 플러스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